1) 장맛비 내리는 망천장(輞川莊)에서 짓다. 망천장(輞川莊)은 본래 송지문(宋之問)의 소유였던 왕유의 별장으로써 장안 남쪽 남전산 기슭에 있는데, 왕유는 산수(山水)가 좋은 이곳에서 은거하다시피 지내면서 벗이나 친지들을 초청하곤 하였다.
2) 積雨空林. 積雨는 장맛비를 말한다. 空林는 ‘텅 빈 숲’의 뜻인데, 장맛비 내리는 계절이니 낙엽이 떨어져 텅빈 것이 아니다. 인적이 없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3) 煙火. ‘불을 때는 연기‘의 뜻인데, ’불로 익힌 음식‘도 아울러 가리킨다.
4) 蒸藜炊黍. 蒸藜는 명아주국을 끓인다는 뜻이고, 炊黍는 기장밥을 짓는다는 뜻이다. 蒸은 ‘찌다’의 뜻인데, ‘김을 올라오도록 끓이는 것‘도 아울러 가리킨다. 炊는 밥을 짓는 것이다. 藜는 명아주풀을 가리킨다. 복통이나 설사에 민간처방으로 많이 쓰이는 약재이다. 그 어린 잎을 따서 나물을 무쳐먹거나 국을 끓여먹는다.
5) 餉東?. 餉은 군량(軍糧)이나 건량(乾兩)의 뜻인데, 음식을 보낸다는 뜻도 있다. 東?는 동쪽에 있는 묵정밭을 말한다. 묵정밭은 오래 묵혀두었던 밭을 말한다.
6) 漠漠水田. 漠漠은 무척 넓어서 아득하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 水田은 물을 댄 밭을 말하니, 곧 논이다. 답(踏)이라고 한다.
7) 陰陰夏木. 陰陰은 나무나 풀들이 무성하게 우거져서 만들어진 어두운 그늘을 가리킨다. 夏木은 ‘여름나무’가 아니라, ‘잎사귀가 무성하게 달린 여름철의 나무’를 말한다.
8) ?黃?. ?는 ‘지저귀다’의 뜻. 黃?은 꾀꼬리를 가리킨다.
9) 習靜. 習은 배우거나 익히는 것을 말한다. 靜은 ‘고요하게 머무는 것’을 가리키는데, ‘익힌다’고 하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성리학(性理學)에서 말하는 경(敬)과 유사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10) 觀朝槿. 朝槿은 곧 무궁화이다. 무궁화는 아침에 꽃봉오리가 열리고 저녁에 닫히면서 오래도록 꽃이 피므로 무궁화라고 하는데, 근화(槿花)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명칭이다. 본문에서 굳이 朝槿이라고 한 것은 ‘아침마다 피어나는 무궁화꽃’의 의미와 ‘아침’이라는 뜻의 중의어(重意語)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11) 淸齋. 淸은 깨끗한 것 또는 맑은 것이고, 齋는 재계(齋戒)한다는 뜻이다. 재계(齋戒)는 스스로의 수신(修身)을 위하여, 또는 집안의 대소사에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기 위하여, 식욕(食慾)이나 색욕(色慾)을 절제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12) 折露葵. 折은 꺾는다는 말이다. 고사리를 꺾는다고 할 때에 折을 사용한다. 露葵은 아욱이다. 나물을 무쳐먹거나 국을 끓여먹는다. 그러나 아욱은 양치류(羊齒類)인 고사리와 달리 초본류(草本類)이다. 꺾는다기 보다는 뜯는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하다.
13) 野老. 초야(草野)에 묻혀사는 늙은이. 또는 시골의 늙은이, 곧 촌로(村老). 여기서는 작자 자신을 가리킨다.
14) 爭席. 장자(莊子) 우언(寓言) 편의 말미에 나오는 양자거(陽子居)의 고사(古事)를 가리킨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것’을 가리킨다. 본문에서는 ‘좋은 관직(官職)을 얻기 위해서 다투는 것’의 의미로 쓰였다.
15) 海鷗何事更相疑. 해옹호구(海翁好鷗)의 고사(古事)를 말한다. 바닷가에 사는 어떤 이가 갈매기를 좋아하여 아침마다 바닷가에 나아가 갈매기들과 놀았다. 어느 날 아버지가 같이 놀고 싶다면서 갈매기를 잡아오도록 부탁하였다.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갈매기를 잡으려고 바닷가로 나갔는데, 친하게 지내던 그 많던 갈매기들이 모두 그를 피할 뿐 가까이 오려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본문은 ‘작자가 이미 벼슬싸움을 그만 두었는데, 또 무엇때문에 자신을 의심하는가‘라는 뜻이다. 相은 ’서로‘의 뜻이고 相疑은 ’서로 의심하는 것‘인데, 작자가 의심을 거두었으므로 ’상대방이 나를 의심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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