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옥재

Home / 청옥재 (淸玉齋) / 유불선초(儒佛仙抄) / 불설심경(佛說心經) /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






이러한 법문을 내가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왕사성(王舍城)에 있는 외로운 이름없는 절에서 큰 비구 삼만팔천인과, 보살(菩薩) 마하살(摩荷薩)들과 함께 계셨다. 부처님께서 여러 대중(大衆)과 더불어 남쪽으로 나아가시다가 해골 한무더기를 보시고는 해골더미를 향해 이마를 땅에 대고 정중히 예배하시었다. 이를 보고 아난(阿難)이 여쭈었다. 세존(世尊)이시여. 여래(如來)는 삼계(三界)의 큰 스승이시고 사생(四生)의 아버지이시오라 여러 사람이 공경하며 귀의하거늘, 어찌 한갖 해골더미에 예배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시었다. 아난아. 비록 네가 나의 상족제자(上足第子)로서 출가한지도 오래되었지만, 사리(事理)를 널리 알지는 못하구나. 이 한 무더기의 해골이 전생에서는 나의 조상이었거나 여러 대에 걸쳐 내 부모였을 것이므로 내가 지금 예배하는 것이니라.



아난아. 네가 이 한더미의 해골을 두 몫으로 나누어 보거라. 남자의 뼈는 희고 무거울 것이요, 여자의 뼈라면 검고 가벼울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죽은 후의 백골은 남녀가 마찬가지이옵거늘, 어찌 제자로 하여금 그를 구분해 보라고 하시나이까. 아난아. 만일 남자의 뼈라면 세상 살 때에 경읽는 소리도 들었을 것이고, 삼보(三寶) 앞에 나아가 예배도 하고 염불도 하였을 것이므로 뼈가 희고 무거울 것이요, 만일 여자의 뼈라면 아이를 한번 낳을 적마다 서말 서되의 피를 흘렸을 것이고, 아이를 키우면서 여덟 서말의 젖을 먹여야 했을 것이므로 뼈가 검고 가벼울 것이니라. 아난이 이 말을 듣고는 가슴이 터질 듯 슬퍼져서 눈물을 흘리며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머니의 은덕을 어찌하면 보답할 수 있으오리까. 아난아. 자세히 들어라. 네가 너를 위하여 분별하여 말해주노라.



무릇 사람이 이 세상에 있게됨은 부모를 인연하기 때문이니라. 아버지가 아니면 나지 못하고 어머니가 아니면 자라지 못하니, 어머니 몸속에 의지하다 달이 차면 이 땅에 태어나게 되느니라. 이로부터 어머니는 여덟섬 너말의 젖을 자식에게 먹이고, 열손가락 손톱에 묻은 자식의 더러운 것을 먹으니, 어머니의 은혜는 하늘과 함께 다함이 없느니라. 아이가 어머니의 품에 들어 잉태한지 열 달만에 바야흐로 태어나나니, 만일 효순(孝順)한 자식이라면 두 손을 주먹쥐어 합장하고 나오면서 어머니를 괴롭히지 아니할 것이요, 만일 오역(五逆)의 죄를 지은 자식이면 어머니의 포태(胞胎)를 제치고 손으로는 어머니의 가슴과 복장을 움켜잡고 다리로는 어머니의 골반뼈를 밟아 버텨서, 어머니로 하여금 천 개의 칼날로 배를 가르며 만 개의 창으로 가슴을 쑤시는 듯 하게 하느니라.



이와같이 어머니를 고통스럽게 하고 태어났는데도, 다시 그 위에 열가지 은혜가 더 있느니라. 첫째, 아기를 배어서 수호해 주신 은혜니라. 송(頌)으로 읊으리라. 여러 겁 내려오는 인연이 지중하여 금생에 어머님 태중에 들었어라. 달수가 차면서 오장이 생겨나고 일곱 달 접어들며 육근을 이루었네. 이 몸이 무겁기는 태산이 더 가볍운데 재앙과 바람결을 겁내나니, 비단 옷 생각없어 보도 입도 않고 머리맡 경대에는 먼지만 가득하네. 둘째, 해산에 임하여 고통을 받으신 은혜니라. 송(頌)으로 읊으리라. 태안에 아기배어 열달이 되어가니 순산이 언제련가 손꼽아 기다리네. 나날이 기운없어 중병든 환자같고 어제도 오늘도 정신이 혼미한데, 무섭고 두려움 이루 어찌 기억하랴 눈물만 시름없이 옷깃을 적시누나.



셋째, 자식을 낳고서 근심을 잊으신 은혜니라. 송(頌)으로 읊으리라. 어지신 어머님 이내 몸 낳으실때 오장육부 어겨지고 찢겨지는 듯 정신은 혼미하고 몸마저 무너지니 짐승을 잡았는가 끝없이 피 흐르네. 갓난아기 튼튼하다 말 들으니 기쁘고 기쁜 마음 무엇에 비견할까. 기쁨이 진정되니 슬픈 마음 다시 들고 아픔과 괴로움에 온몸이 쑤셔오네. 넷째, 쓴 것을 삼키시고 단것을 뱉어 먹여준 은혜니라. 송(頌)으로 읊으리라. 무겁고 깊고깊다 부모님 은혜여, 귀엽게 사랑함에 한시라도 잊지않네. 단것은 모두 뱉아 자식을 먹이시고, 쓴것만 삼키셔도 내색조차 않으시네. 깊은 사랑 끝이 없어 은공이 높건마는 애처러워 하는 마음 그래도 몇 구비일세. 어느 때나 어린 자식 잘 먹일 것 생각하며 사흘 굶음 마다않네.



다섯째, 마른 자리 가려뉘이고 스스로 진 자리에 누우신 은혜니라. 송(頌)으로 읊으리라. 당신은 젖은 자리에 누우시고 자식은 마른 자리 뉘우시네. 두 젖으로 기갈 면케 하시고 고운 옷소매로 찬 바람 막으시네. 잠 편히 못 이뤄도 어린 아이 재롱에 기쁨을 다하시네. 어린 자식 편케 하면 무언들 사양할까, 자비하신 어머님은 편안한 것 모르시네. 여섯째, 젖을 먹여 기르시는 은혜니라. 송(頌)으로 읊으리라. 어머니 중한 은덕 땅에다 비유할까, 아버지 높은 공덕 하늘에 비견할까. 하늘 은혜 땅의 은혜 어찌 크다 할것이냐 부모님 크신 은덕 그보다 더 크구나. 눈없는 아이 밉다 않으시고 수족이 불구라도 싫어하지 않으시네. 배가르고 피를 나눠 낳은 자식 아끼고 사랑하심 종일토록 끝이 없네.



일곱째, 부정한 것을 깨끗이 씻어주시는 은혜니라. 송(頌)으로 읊으리라. 생각컨대 그 옛날 아리땁던 그 얼굴 옥같이 아름답고 솜같이 부드러웠네. 두 눈썹 버들보다 뚜렷했고 양볼의 빠알간 빛 연꽃보다 아름다웠네. 은혜가 깊을수록 얼굴 모습 야위고, 기저귀 빠시느라 손발이 거칠었네. 아들딸 사랑하고 거두시느라 어여쁜 얼굴에는 주름마저 잡히셨네. 여덟째, 먼 길 떠나면 염려하고 생각하시는 은혜니라. 송(頌)으로 읊으리라. 죽어서 헤어짐도 차마 잊기 어렵나니 살아서 생이별도 아프고 서럽도다. 자식이 집을 떠나 타향에 나아가니, 어머니 마음도 그 뒤를 따라가네. 밤낮으로 걱정하는 부모 마음 눈물은 천 줄기 만 줄기 흐르고, 원숭이 새끼사랑 창자가 끊어지듯 부모님 자식걱정 애간장이 다 타는 듯.



아홉째, 자식을 위해 기꺼이 나쁜 일을 하시는 은혜니라. 송(頌)으로 읊으리라. 어버이 크신 은덕 바다보다 깊고 산보다 더욱 깊어 갚을 길 바이 없네. 자식의 갖은 고생 대신 받기 소원하고, 자식이 괴로우니 어버이가 편치않네. 먼 길을 떠나니 밤이면 추울세라 낮이면 굶을세라 근심걱정 끝이 없네. 자식들 괴로움 잠시잠깐 지나가나 부모님 근심걱정 하루가 삼년일세. 열번째, 자식을 끝없이 사랑하는 은혜니라. 송(頌)으로 읊으리라. 어버이 크신 은덕 깊고도 중하여라.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 잠시라도 끊겨질까. 섰거나 앉았거나 마음이 따라가고, 멀거나 가깝거나 사랑은 다름없네. 늙으신 어버이 백살이 되었어도 여든 넘은 자식을 근심하네. 이와 같이 깊은 사랑 언제나 끊어질까, 목숨이 다하시면 그때나 잊으실까.



대중들이 높은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사 구원하여 주소서. 어찌 하여야 부모님의 깊은 은혜를 갚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시었다.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분별하여 설명할 것이니 자세히 들어라. 설령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올려앉히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올려앉혀 수미산(須彌山)을 백번 천번 돌아 가죽이 떨어져 뼈가 드러나고 그 뼈가 닳아서 골수가 드러나도록 하여도 어버이의 깊은 은혜는 오히려 갚을 수 없느니라. 설령 어떤 사람이 흉년을 당하여서 그 어버이를 위해 그 몸의 살을 도려내고 뼈를 갈아 티끌같이 만들어 공양하기를 백천겁이 지나도록 하여도 오히려 어버이의 깊은 은혜는 갚을 수 없느니라. 설령 어떤 사람이 어버이를 위해 잘 드는 칼로 자신의 심장과 간을 찔러 피가 흘러 땅을 적시는 아픔을 사양하지 않기를 백천겁 지나도록 하여도 오히려 어버이의 깊은 은혜는 갚을 수 없느니라. 설령 어떤 사람이 어버이를 위하여 백천자루의 칼로 자기 몸을 쑤셔대어 칼날이 좌우로 드나들기를 백천겁이 지나도록 하여도 오히려 어버이의 은혜는 갚을 수 없느니라. 설령 어떤 사람이 어버이를 위하여 자기 몸에 불을 켜서 등(燈)을 만들어 여래에게 공양하기를 백천겁을 지나도록 하여도 오히려 부모의 깊은 은혜는 갚을 수 없느니라. 설령 어떤 사람이 어버이를 위하여 뼈를 부수어 골수를 내고, 백천개의 창끝과 칼끝으로 일제히 몸을 쑤시기를 백천겁이 지나도록 하여도 오히려 어버이의 깊은 은혜는 갚을 수 없느니라. 설령 어떤 사람이 어버이를 위하여 뜨거운 무쇠덩어리를 삼켜 백천겁이 지나도록 온 몸이 데어 부풀고 타들어도 오히려 어버이의 깊은 은혜는 갚을 수 없느니라.



대중들이 눈물을 뿌리고 슬피 울면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희들은 참으로 큰 죄인이 올시다. 어찌하면 어버이의 깊은 은혜를 갚을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부모를 위하여 이 경전을 새겨쓰며, 이 경전을 읽고 외우면서 죄와 허물을 참회하고, 부모를 위하여 삼보에 공양하며, 부모를 위하여 재계(齋戒)를 받아 지니며, 부모를 위하여 보시(布施)하면서 복을 지을 것이니, 만일 이런 행을 하면 효도하는 자식이라 할 것이요, 이런 행(行)을 하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질 사람이니라.



부처님이 아난에게 다시 말씀하시었다. 불효한 사람은 죽은 후 아비무간지옥(阿鼻無間地獄)에 떨어지게 되나니, 이 큰 지옥은 넓이와 길이가 팔만 유순(由旬)이요 사방이 모두 무쇠로 된 성(城)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밖은 다시 무쇠철망 그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땅은 벌겋게 달아오른 무쇠로 되어 있고 모진 불이 훨훨 타오르는 곳이어서, 언제나 맹렬한 불길이 타오르며,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치느니라. 끓는 구릿물과 무쇠 녹인 물을 죄인의 입에 부어넣으며 무쇠로 된 새와 뱀 구리로 된 개가 항상 불꽃을 토하는데, 이 불이 죄인을 지지고 굽고 볶아서 살이 타고 기름이 지글지글 끓어올라 그 고통을 참고 견디기 어려우며, 무쇠 채찍과 무쇠 꼬챙이, 쇠망치 및 쇠창, 칼과 칼날이 비와 구름처럼 공중에서 쏟아져 내려와 사람을 베고 찌르는데, 이렇게 죄인을 괴롭히는 것이 여러 겁(劫) 동안 잠시도 고통이 쉴 사이가 없느니라. 또 다른 지옥에 데리고 들어가 머리에 불화로를 이고있게 하며, 무쇠수레로 사지(四肢)를 찢어내니, 창자가 쏟아지고 살과 뼈가 모두 타올라 하루에도 천번 만번 죽고살게 만드느니라. 이렇게 고통을 받는 것은 모두 전생에 불효의 오역죄를 지었기 때문이니라.



이때 대중 가운데 있던 아수라(阿修羅), 가루라(迦樓羅), 긴나라(緊螺羅), 마호라가(摩呼羅迦), 천(天), 용(龍), 야차(夜叉), 건달파(乾達婆)와 여러 작은 나라들의 왕과 전륜성왕(轉輪聖王)과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의 말씀하심을 듣고 이와 같이 발원했다.



저희들은 오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차라리 이 몸을 티끌같이 부수어서 백천겁을 지날지라도 맹세코 여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겠나이다. 차라리 백천겁 동안 혓바닥을 백 유순이 되게 빼어내어 다시 보습을 갈아서 피가 흘러 강이 되더라도 맹세코 여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겠나이다. 차라리 백천자루의 칼로 이 몸을 좌우에서 찌르고 다시 뽑아내어도 맹세코 여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겠나이다. 차라리 가시철망으로 이 몸을 엮어서 백천겁을 지나더라도 맹세코 여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겠나이다. 차라리 작두와 방아로 이 몸을 찢고 부수어 천만 조각을 내어 가죽과 살과 뼈가 모두 가루가 되어 백천겁이 지나더라도 기어코 여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겠나이다.



아난(阿難)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말씀을 무어라 이름하여 어떻게 받들어 지니오리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불설 대보 부모 은중경 (佛說大報父母恩重經)이니, 그렇게 이름을 지어 너희들이 항상 받들어 지닐지니라.









청옥산인(淸玉散人) 졸역(拙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