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옥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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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사리불이 뛸 듯이 기뻐하면서 즉시 일어나 합장(合掌)하고 세존의 얼굴을 우러러 바라보면서 부처님께 말씀을 아뢰었다. 오늘 세존께서 내리신 이와 같은 법음(法音)을 듣고서 마음에 뛸 듯이 기뻐함이 그득하니 일찍이 없었던 일을 얻었나이다. 왜냐하면 제가 오래 전부터 부처님을 시종하면서 이러한 법을 들었고 여러 보살들이 장차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는 것도 보았으나, 우리들은 이러한 일에 참여하지 못하고 여래의 무량한 지견(知見)에서도 빠져있어 스스로 마음이 매우 쓸쓸하고 슬펐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늘 홀로 산이나 수풀 속의 나무 아래에서 혹은 앉아서 혹은 수행하면서 매번 이러한 생각을 품었나이다. 우리들은 법의 본성에 들어있음이 모두 같은데, 여래께서는 어찌하여 소승의 법으로써 제도함을 보이시려 하시는가. 이는 우리들의 허물이며, 세존의 잘못이 아니로다. 왜냐하면 만약 우리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무상정등각이란 것을 성취하기 위해 오로지 대승(大乘)으로 제도하여 해탈을 얻는 설법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도, 우리들은 형편에 맞추어 설한다는 방편을 깨닫지 못한 채, 부처님의 법을 처음 듣고는 그대로 믿어 받아들였으며 증득(證得)을 취했다고 헤아려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옛적부터 이제까지 하루종일 밤이 새도록 매번 스스로 심하게 자책하였는데, 지금에 이르러 부처님께 아직 듣지 못했던 미증유의 법을 들으매, 여러 의문과 회의를 끊어 몸과 마음이 태연하고 즉시 안온함을 얻었으니 오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부처님의 입에서 나와 법을 따라 태어나며 부처님 법을 나누어 얻은 진정한 불자가 되었음을 알겠나이다.







이때에 사리불이 이 뜻을 거듭 펴고자 게(偈)로써 말씀을 설명하였다.







내가 이 법음(法音)을 들으니 미증유의 것을 얻었으며, 마음에 크나큰 기쁨을 품고 의문의 그물이 모두 제거되었나니, 옛날부터 지금까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덮어 대승(大乘)의 경지를 잃지 않았으나, 부처님의 말씀이 매우 희유하매 능히 중생의 번뇌를 제거할 수 있으매, 내가 이미 누진(漏盡)의 경지를 얻었으나 또 근심과 번뇌를 제거함을 들었나이다. 내가 산골짜기에 처하거나 혹은 숲속 나무아래에 있으면서, 어떤 때는 앉아 수행하고 어떤 때는 서서 수행하면서 늘 이 일을 곰곰이 생각하였으니, 오호라, 깊이 자책하니, 어찌하여 스스로를 속였는가.







저희들 역시 불자(佛子)이며 무루(無漏)의 법(法)에 함께 들었어도, 미래세에서 무상(無上)의 법문을 자세히 설할 수 없으며, 금빛 삼십이상(三十二相)과 십력(十力)과 여러 해탈(解脫)이 한가지 법에 모두 함께 들어있거늘 이러한 것을 얻지 못했으며, 팔십 가지 묘한 모습, 열여덟 가지 불공법(不共法) 등등 이러한 공덕들을 나는 이미 모두 잃었나이다. 내가 홀로 수행할 적에도 부처님은 대중 가운데 계시었고, 이름이 시방에 가득찼으며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하심에도, 나는 스스로 이러한 이로움을 잃어버렸으니, 스스로를 속이고 기만함이 되었나이다.







나는 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양 오로지 이 일 만을 곰곰 생각하면서 세존께 질문하고자 하였나이다. 잃어버렸는가,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나는 늘 세존께서 여러 보살을 칭찬하고 찬탄하심을 보고 밤낮으로 이것에 대해 이러한 일을 헤아려 생각해 보았나이다.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니, 형편에 따라 법을 설하시어 번뇌를 끊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대중들을 도량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나는 본래 삿된 소견에 매여 여러 범지(梵志)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으나, 세존께서 내 마음을 아시고 삿됨을 뽑아내어 열반을 설하시매, 나는 남김없이 삿된 소견을 제거하고 공(空)한 법을 증득하였나이다.







이때에 스스로 마음에 일컫기를, 멸도에 이르름을 얻어서 스스로 깨우치는데에 이르렀다 생각했는데 이것이 실제로는 멸도가 아니었나이다. 만약 부처가 되어 삼십이상을 구족한다면 하늘과 사람, 야차와 용신의 무리들이 공경할 것이고, 이 때에 이르러서야 가히 영원히 멸도를 다하여 남음이 없다 할 수 있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대중 가운데 계시며 나에게 성불하는 도리를 설하시니, 이와 같은 법음(法音)을 듣고 의문과 회의심이 남김없이 제거되었나이다. 처음에 부처님이 설하시는 바를 듣고 마음 한가운데 크게 놀라 의문이 일었나이다. 혹 사마(邪魔)가 부처님 모습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 나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괴롭히는 것 아닌가. 부처님께서 수많은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적합한 말씀으로 설하시매 그 마음이 바다와 같이 편안해지니, 내가 듣고 의문의 그물을 끊었나이다.







부처님 설하시매, 지난 세상에 멸도하신 무량한 부처님들도 방편 가운데 머물러 계시면서 저마다 역시 이 법으로 설하셨으며, 현재와 미래의 부처님들 그 숫자가 무량하여 셀수 없으나 역시 여러 방편으로 이러한 법을 자세히 설하셨나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출가(出家)하여 도(道)을 얻으시고 법륜(法輪)을 굴리신 지금 여기 계신 세존께서도 역시 방편으로 설하시니, 세존께서 참다운 도(道)를 설하시고 파순(波旬)은 이러한 일 없었나이다. 이로써 내가 이것이 부처님으로 변장한 마귀가 아니었으며, 내가 의문의 그물에 떨어진 까닭이 이 마귀의 소행이었음을 올바르게 알게 되었나이다. 깊고도 멀고 매우 미묘하며, 맑고 고요한 법 자세히 펴시는 부처님 부드러운 음성 들으니 내 마음 크게 기쁘고, 의문과 회의심이 영원히 사라져버려 참다운 앎 가운데에 머무르니, 나는 마땅히 하늘과 사람이 공경하는 부처님 되어 무상(無上)의 법륜을 굴리며 여러 보살들을 교화하겠다고 작정했나이다.







이때에 부처님이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나는 이제 하늘과 사람 사문(沙門)과 바라문(婆羅門) 들의 대중 가운데에서 설하리니, 내가 옛적 이만억(二萬億)의 부처님 처소에 있을 때 무상(無上)의 도(道)를 구하는 까닭에 늘 너를 교화하였으나 너는 역시 사람으로 살면서 나를 따라 수학(修學)하였으니, 내가 방편으로 너를 인도하였므로 나의 법 가운데에서 나왔느니라. 사리불이여, 내가 옛적 부처님의 도(道)를 원하는 너를 교화하였는데, 네가 지금은 남김없이 잊고서 스스로 자기를 일컬어 멸도(滅度)를 얻었다고 일컫는구나. 나는 이제 너를 되돌리어 도(道)를 행하려 하던 본래의 소원을 기억하게 하고자, 여러 성문(聲聞)들을 위해 이 대승경(大乘.經)을 설하니, 이름이 묘법연화경(妙法蓮華.經)이며, 보살을 교화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보호하시고 생각하시는 바이니라.







사리불이여, 너는 과거의 무량무변하여 생각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겁(劫)에서 수많은 천만억의 부처님들을 공양하고 정법(正法)을 받들어 모시면서 보살의 행하여야할 도리를 모두 갖추었으니 미래의 세상에서 마땅히 부처가 될 것이며, 그 이름을 화광여래(華光如來) 응공(應供) 정변지(正知) 명행족(明行足)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조어장부(調御丈夫) 천인사(天人師) 불세존(佛世尊)이라 할 것이며, 국토의 이름은 이구(離垢)이며 그 땅은 평평하고 사방지며 청정한 장식이 가득하고 안온하며 풍요롭고 천인(天人)들이 번성하고 땅이 유리(琉璃)로 되어있으며, 여덟거리가 있고 황금으로 꼬아낸 새끼줄로 그 옆줄 경계를 삼으며, 거리마다 칠보(七寶) 가로수가 있고 늘 아름다운 과일이 달려있으며, 화광여래가 역시 삼승(三乘)의 법으로 중생을 교화하느니라.







사리불이여, 그 부처님 세상에 나올 때가 비록 악세(惡世)가 아니지만 본래의 서원인 까닭에 삼승의 법을 설하였으며 그 겁(劫)의 이름을 대보장엄(大寶莊嚴)이라 하였느니라. 이름을 대보장엄(大寶莊嚴)이라 한 까닭은 그 나라에서는 보살을 대보(大寶)로 여기는 까닭이니라. 그 여러 보살들은 그 숫자가 무량무변하여 생각하기도 어려워서 산수(算數)나 비유(譬喩)로는 도저히 미치지 못할 바이며, 부처님의 지력(智力)이 아니고서는 능히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느니라. 만약에 길을 가고자 할 때면 보화(寶華)로써 발을 받쳐주니, 이 여러 보살들은 초발심을 낸 보살들이 아니라 모두 오랫동안 덕(德)의 근본을 심었으며, 무량한 백천만억 부처님들의 처소에서 청정한 범행(梵行)을 닦았으며, 항상 여러 부처님들의 칭찬과 찬탄을 받았었느니라. 늘 부처님의 지혜를 닦아 대신통(大神通)을 갖추었으며, 법으로 들어가는 일체의 여러 문(門)을 잘 알아 꾸밈없고 솔직하여 거짓이 없으며 뜻과 생각이 견고하니, 이와같은 보살들로 그 나라가 충만했느니라.







사리불이여, 화광여래의 수명은 열두 소겁(小劫)이니, 왕자(王子)로서 부처님이 되지 않았을 때는 제외했느니라. 그 나라의 백성들의 수명은 여덟 소겁(小劫)이며, 화광여래께서는 열두 소겁을 지나 견만(堅滿)보살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무상정등각의 수기를 주면서 여러 비구에게 이르기를, 이 견만보살은 다음에 마땅히 부처가 되리니, 그 이름을 화족안행(華足安行)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 아라하(阿羅詞) 삼먁삼불타(三邈三佛陀)라 하며, 그 불국토는 또다시 이와 같으니라. 사리불이여, 이 화광불(華光佛)께서 멸도하신 후에 정법(正法)이 세상에 삼십이소겁(小劫) 동안 머물렀으며, 상법(像法) 또한 삼십이소겁(小劫) 동안 세상에 머물렀느니라.







이때에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고자 게(偈)의 말씀으로 설하셨다.







사리불이여, 다음 세상에 부처되어 넓은 지혜 갖출 존자(尊者)여. 이름하여 화광(華光)이라 하리니, 마땅히 무량한 중생들을 제도하라. 무수한 부처님 공양하여 보살행과 십력(十力) 등의 공덕을 고루 갖추어 무상(無上)한 도(道)를 증득하였나니, 무량한 겁 지나면 대보장엄(大寶莊嚴)이라 이름하는 겁(劫)이요, 불세계 이름은 이구(離垢)리니, 맑고 깨끗하여 흠이나 더러움이 없으며, 유리(琉璃)로써 땅을 삼고 황금의 새끼줄로 길거리 경계를 삼으며 칠보(七寶)로 된 여러 가지 나무에 늘 아름다운 과실(果實)이 있도다. 그 나라의 여러 보살들 뜻과 생각이 늘 견고하여 신통(神通) 바라밀(波羅蜜)을 저마다 이미 남김없이 고루 갖추고, 무수한 부처님 처소에서 보살(菩薩)의 도리(道理)를 잘 배워 이 무리와 같은 대사(大士)들은 화광불(華光佛)이 교화하였도다.







부처님이 왕자(王子)로 계시던 시절에 나라를 버리고 세상의 영화를 포기하시어 최후신(最後身)에서 출가하시어 부처님 도(道)를 이루셨으니, 화광불이 머무르는 세상은 불수(佛壽) 십이소겁이요, 그 나라의 백성들은 수명이 팔소겁이라. 부처님 멸도하신 후 정법(正法) 삼십이소겁 동안 세상에 머무르며 널리 여러 중생 제도하고, 정법(正法)이 다하여 없어지면 상법(像法) 삼십이겁 동안 널리 사리(舍利)를 유포하여 하늘과 인간이 널리 공양하리라. 화광불이 하시는 바 그러한 일들 모두 이와 같아, 그 성스러운 양족존(兩足尊), 가장 수승하여 짝할 바 없는 분, 그가 곧 바로 너의 몸이니, 마땅히 스스로 즐거워하고 경하해야 할 것이로다.







이때에 사부대중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와 천룡(天龍) 야차(夜叉) 건달파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의 대중들이 사리불이 부처님 앞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무상정등각 수기(授記)를 받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뛸듯이 크게 기뻐 각각 몸에 두르고 있던 저고리를 벗어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며, 석제환인, 범천왕 등이 무수한 천자(天子)를 거느리고 역시 하늘의 신묘한 옷과 하늘의 만다라화, 마하만다라화 등으로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하늘 옷을 흩뿌리니 허공중에서 저 혼자 빙글빙글 돌아가고, 하늘의 여러 백천만 가지 음악들이 허공중에서 한꺼번에 두루 울려나오고, 무수한 천화가 비처럼 쏟아지면서 이렇게 말이 들려왔다.







부처님이시여. 옛 파라나(波羅奈)에서 법륜(法輪)을 처음 굴리시매, 오늘에 이르러 다시 가장 큰 무상(無上)의 법륜을 굴리시는도다.







이때에 여러 천자(天子)들이 이 뜻을 거듭하여 펴고자 게(偈)로써 말씀을 하시었다.







옛적 파라나에서 사제(四諦) 법륜을 굴리시고 오중(五衆)의 나고 없어짐을 분별하시어 여러 법을 설하시고, 이제 다시 가장 미묘한 무상(無上)의 대법륜을 굴리시니 이 법은 심히 깊고 오묘하여 능히 믿을 사람이 적으리라. 우리들은 옛적부터 세존께서 설하심을 무수히 들었어도 이와같은 것이 깊고 오묘한 상법(上法)은 듣지 못했도다. 세존께서 이 법 설하시니 우리 모두 따라서 기뻐하매 지혜제일 사리불이 이제 세존(世尊)의 수기(授記)를 받았도다. 우리들 역시 이와 같이 응당 반드시 부처가 되리니 일체 세간에서 가장 존귀하시고 높으신 분이시여. 부처님의 도(道)는 어렵고도 어렵나니 방편으로 형편 맞춰 설하시매, 이 세상 및 지나간 세상에서 우리가 지은바 복(福)과 업(業), 부처님 뵈온 공덕 모두다 부처님 도(道)에 돌리나이다.







이때에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내가 오늘 다시 의문과 회의심이 없어 부처님께 친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무상정등각의 수기(授記) 주심을 받았으나, 이 여러 천이백 마음이 자재한 사람들도 옛날 배우는 곳에 머무를 때 부처님께서 늘 교화하시며 말씀하시기를, 나의 법은 능히 생노병사(生老病死 )를 여의고 구경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 하셨으매, 이 학인(學人)과 무학인(無學人)들 역시 각자 자기의 아견(我見) 및 소견(所見)이 있고 없음 등을 모두 여의어 열반(涅槃)을 얻었다고 일컬었으나, 오늘 세존의 면전에서 듣지 못했던 바를 듣고는 모두가 의혹에 떨어졌나이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사부대중을 위해 원하옵건대 그 인연을 설하여 주시어 의문과 회의심을 여의게 하옵소서. 이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내가 먼저 여러 불세존께서 수많은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의 방편으로 법을 설하셨으니,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무상정등각을 위함이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이 여러 가지 설한 바는 모두 보살들을 교화하기 위한 까닭이었느니라. 그러하니 사리불이여, 이제 마땅히 다시 비유로써 이 뜻을 밝혀내리니, 여러 지혜로운 자들은 이 비유를 깨달아 얻으리라.







사리불이여. 만약 어떤 나라의 커다란 마을에 큰 장자(長者)가 있는데, 그 나이 쇠약하고 늙었으나 재물이 헤아릴 수 없고 집과 밭과 여러 가지 하인들도 많았느니라. 그 집이 크고 넓어도 문(門)은 오직 하나만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느니라. 그 집 안에 백명, 이백명 내지 오백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집채들이 모두 낡은 까닭에 담장과 벽은 허물어질 듯 하고 기둥뿌리는 썩었으며 대들보와 서까래도 무너질 듯 위태로움을 두루두루 갖춘 때에 홀연히 불길이 일어나 집채를 태웠느니라. 열명인가 스무명인가, 혹 삼십명인가 하는 장자(長者)의 여러 아들들이 이 집 안에 있었는데, 장자가 이 큰 불길이 사방에서 일어남을 보고 크게 놀라고 두려워져서 생각하건대, 나는 이 불타는 곳에서 능히 안전하게 문으로 빠져나갈 수 있겠으나 여러 아들들은 불타는 집 안에서 희희낙락 즐겁게 뛰놀면서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니 놀라지도 않았고 두렵지도 않겠지만, 불길이 다가와 몸을 덮치면 고통이 대단할 것인데 염려하거나 근심하는 마음도 없고 빠져나올 뜻도 없구나.







사리불이여, 이 장자(長者)는 이러한 생각을 하였느니라. 내 몸과 손에 힘이 있으면 마땅히 옷자락을 잡거나 아니면 책상자에 담아서 집밖으로 나오리라. 다시 생각을 고쳤느니라. 이 집에는 오직 하나의 문이 있을 뿐인데 그 문이 또 좁고 작아서, 여러 어린 아이들이 아직 알지도 못하고 그곳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혹시나 갑자기 떨어져서 불에 타는 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니, 나는 마땅히 두렵고 두려운 일을 말하여, 이 집은 이미 불타고 있으니 적시에 빨리 나와서 불에 타는 해를 입지 않도록 하리라. 이와 같이 헤아려 생각한 바와 같이 마음을 먹고 여러 아이들에게 두루 고하였느니라. 너희들은 속히 나오너라. 아비는 비록 가엾이 여기어 좋은 말로 가르치고 타일렀으나 여러 아이들은 재미있게 노는데만 정신이 팔려 두렵거나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놀라거나 두려워하지도 아니하며 나올 마음조차 없으며 게다가 이 불이란 것을 알지 못하고, 집이 어찌되는 것도 알지 못하며, 무엇을 잘못되었다 말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다만 이쪽저쪽 내달리어 놀면서 아비를 보기만 하였느니라.







이때 장자(長者)는 곧 이러한 마음을 가졌느니라. 이 집은 이미 큰 불길에 타는 바가 되었고, 나와 여러 아이들이 만약 제때에 나가지 아니하면 반드시 불에 타는 바 될 것이니, 나는 지금 마땅히 방편을 베풀어서 여러 아이들로 하여금 이러한 해(害)를 면케 하리라. 아비는 여러 아이들이 제각기 여러 가지 수많은 진기하고 보배로우며 기이한 물건들을 좋아하여 반드시 그 마음을 잡아끌 것임을 먼저 알고 말하였느니라. 너희들이 좋아할 만한 구하기 어렵고 진기한 것이 있는데, 너희들은 갖지 않겠느냐. 너희들이 만약 갖지않겠다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양차(羊車), 녹차(鹿車), 우차(牛車) 등등 이와같은 여러 가지들이 지금 문 밖에 있는데, 갖고 놀기 좋으니라. 너희들은 이 불타는 집에서 마땅히 신속하게 나오너라. 네가 갖고자 하는 것을 모두 너희가 갖게 될 것이다. 이때에 여러 아이들은 아비가 진기한 장난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마침 그것을 원하는 까닭에 제각기 마음이 바쁘고 급해져서 서로 밀고 밀치면서 앞다투어 달리며 불타는 집을 빠져나갔다. 이때에 장자(長者)는 여러 아이들이 안전하게 나와 모두 네거리 한가운데에 앉아있어 다시는 장애(障碍)를 만나거나 거리낄 것이 다시 없음을 보고 그 마음이 태연하면서도 뛸 듯이 기뻤다. 이때에 여러 아이들이 제각기 아비에게 말했다. 아버지께서 조금 전에 진기한 장난감을 주신다고 했는데, 양차(羊車), 녹차(鹿車), 우차(牛車)를 원하오니 지금 주십시요.







사리불이여, 이때에 장자(長者)는 여러 아이들 각각에게 똑같이 큰 수레를 주었는데, 그 수레는 높고 넓었으며, 여러 보화(寶華)들로 장식되었으며 난간을 한바퀴 빙 돌아가며 사면(四面)에 두루 방울을 달았으며, 또 그 위에 휘장과 일산을 둘렀으며, 역시 진기한 여러 보배들로 장엄하게 장식하였도다. 보배들을 끈으로 꿰어얽었으며, 여러 가지 아름다운 구슬들을 드리웠고, 아름다운 자리를 여러 겹 깔고, 편안한 붉은색 장침(長枕)을 놓고, 흰 소로 수레를 메었는데, 때깔이 충실하고 깨끗하며 몸체도 예쁘고 커다란 근육에 힘도 좋으며, 걷는 모양도 평안하고 바르며, 빠르기는 바람과 같았도다. 또 노복(奴僕)들이 많아 곁에서 지키었도다. 왜냐 하면, 이 대장자(大長者)는 재부(財富)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아서 여러 가지 수많은 곳간들이 남김없이 모두 가득차 넘쳐나므로, 이때에 생각하기를, 나는 재물이 끝없이 많으니 작고 보잘것없는 하품의 수레는 여러 아이들이 응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어린 아이들이 모두 바로 나의 자식들이니 사랑하는 것이 치우치거나 무리짐이 없도다. 나는 이와 같은 칠보(七寶)로 단장한 큰 수레들이 있고 그 숫자도 셀 수 없이 많으니, 응당 똑같은 마음으로 각각에게 나누어 줌에 있어 마땅히 차별이 없도다. 왜냐 하면, 나는 이 물건들을 한 나라의 백성들에게 두루 공급해 주어도 오히려 다함이 없는데, 하물며 어찌 내 아이들이랴. 이때에 여러 아이들이 각자 큰 수레를 타니, 전에 없었던 것을 얻었지만, 본래 바라던 바는 아니었도다.







사리불이여, 어찌 생각하느냐. 이 장자(長者)는 여러 아이들에게 똑 같이 진기하고 보배로운 큰 수레를 주었는데, 어찌 허망하고 망령된 것이 아니겠느냐. 사리불이 말하였다. 아니오이다. 세존이시여. 이 장자(長者)는 단지 여러 아이들로 하여금 화난(火難)를 면케 하고 그 몸과 목숨을 보전하게 하려는 것이었으며, 허망한 짓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소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렇듯 몸과 목숨을 보전된 것은 좋아하는 장난감을 얻기 위한 방편(方便)일 뿐이었으며, 더군다나 방편(方便)은 그 불타는 집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운 것 올시다. 세존이시여. 나아가 이 장자(長者)가 아주 작은 수레조차 주지 않았다 해도 오히려 허망하지 않은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 장자(長者)가 먼저 마음 먹기를, 내가 방편(方便)으로 아이들을 구해 나오리라 하였으니, 이러한 인연으로 허망함이 없었나이다. 어찌 하물며 장자(長者)가 자신의 재부(財富)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음을 알고, 여러 아이들을 크게 이롭게 하려고 똑같이 큰 수레를 주었음이오리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고하셨다.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네가 말한 바와 같으니라. 사리불이여. 여래 역시 이와 같으니, 곧 일체 세상 사람의 아비가 되는도다. 여러 두려움과 무서움, 쇠약함과 번뇌, 근심과 걱정, 어둠으로 덮여 있는 무명(無明)과 암폐(暗蔽)가 영원히 다하여 남음이 없고, 무량한 지견(知見)과, 십력(十力)과 사무소외(四無所畏)를 남김없이 성취하였으며, 큰 신통력(神通力) 및 지혜력(智慧力)이 있으며, 방편바라밀과 지혜바라밀을 두루 갖추었으며, 대자대비(大慈大悲)함에 늘 게으름이 없고, 늘 좋은 일을 구하매 일체 세간의 이익이 되었도다. 노후하고 불타는 집과 같은 삼계(三界)에 나와 생노병사(生老病死), 희비고뇌(憂悲苦惱), 우치암폐(愚癡暗蔽)의 삼독(三毒)의 불을 끄고 중생들의 제도하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무상정등각을 구하게끔 교화하셨도다. 여러 중생들을 보니, 생노병사(生老病死)와 우비고뇌(憂悲苦惱)의 불 속에서 타고 끓는 바가 되었는데, 오욕(五慾)과 재리(財利)로서 가지가지 수많은 괴로움을 역시 받고, 또 탐착(貪著)을 추구하는 까닭에 현세에서 여러 가지 괴로움을 받으며, 죽은 후에도 지옥(地獄)과 축생(畜生)과 아귀(餓鬼)의 괴로움을 받는도다. 만약 천상(天上)에 태어나거나 인간(人間)에 남아있게 되어도 빈궁(貧窮)하고 곤고(困苦)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나뉘고 헤어지는 괴로움, 원수나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야 하는 괴로움 등등 이와같은 여러 가지 수많은 괴로움들을 중생들은 그 가운데 빠져있으면서도 기뻐 날뛰면서 느끼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놀라지도 아니하고 두려워하지도 아니하며, 역시 싫어하는 마음도 내지 않고 해탈(解脫)도 구하지 아니하면서, 이 삼계(三界)라는 화택(火宅)에서 이리저리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 비록 커다란 괴로움을 만난다해도 근심이 되지 아니하는도다.







사리불이여. 부처님께서 이와같이 보시고 나서 곧 이런 생각을 하셨느니라. 내가 중생들의 아비가 되면 응당 그 고난을 뽑아 무량무변한 부처님 지혜의 즐거움을 주어서 거기에서 뛰놀게끔 하리라. 사리불이여. 여래께서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셨느니라. 만약 내가 다만 신력(神力) 및 지혜의 힘으로 방편(方便)을 버리고 여러 중생들을 위해 여래의 지견(知見)과 열가지 힘과 네가지 무서움이 없는 것만을 찬양한다면, 중생들을 이것으로 능히 건너게 할 수 없으니, 어찌된 까닭인가. 이 여러 중생들이 생노병사(生老病死)와 우비고뇌(憂悲苦惱)를 면치 못하고 삼계(三界)의 화택(火宅)에서 불타는 바가 되었는데, 어떻게 능히 부처님의 지혜를 깨달을 수 있겠느냐.







사리불이여. 가령 그 장자(長者)가 비록 다시 몸과 손에 힘이 있다 해도 쓰지 않고, 다만 은근한 방편으로 여러 아이들이 집안에서 불에 타는 액난을 면케한 연후에 각자에게 진기한 큰 수레를 주었도다. 여래 또한 이와 같으니라. 비록 역무소외(力無所畏)의 힘이 있어도 쓰지 않고, 다만 지혜로운 방편으로 삼계(三界)의 화택(火宅)에서 중생들을 구해내고자, 성문(聲聞), 벽지불(僻支佛), 불승(佛乘)의 삼승(三乘)을 설하기 위해 이렇게 말씀하셨도다. 그대들은 삼계(三界)의 화택(火宅)에 머무는 것을 즐거워하지 말고, 보잘것 없는 겉모양과 소리와 향내와 맛과 감촉을 탐하지 말라. 만약 탐착(貪着)하여 욕심이 생기면 태워지는 바가 되리니, 그대들은 빨리 삼계(三界)를 나와 마땅히 성문(聲聞), 벽지불(僻支佛), 불승(佛乘)의 삼승(三乘)을 얻으라. 내가 이제 그대들을 위해 이 일을 책임지고 보증할 것이니 종내 허망하지는 않으리라. 그대들은 오직 마땅히 부지런히 닦아 정진하라. 여래께서 이 방편(方便)으로 중생들을 유도하여 나아가리라.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도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두어라. 이 삼승(三乘)의 법은 모두 이 성인(聖人)들이 칭찬하고 찬탄하신 바이니, 스스로 자재(自在)하여 걸리는 것이 없으며, 의지하거나 구할 바도 없도다. 이 삼승(三乘)을 타면 무루(無漏)와 오근(五根), 오력(五力), 칠각(七覺)지, 팔정도(八正道), 선정(禪定), 해탈(解脫), 삼매(三昧) 등등으로 스스로 즐기고 즐거워하면서 문득 무량한 안온함과 쾌락을 얻을 것이로다.







사리불이여. 만약에 중생이 있어 안으로 지혜와 성품을 지니고 부처님 세존을 따라 법을 듣고 믿어 받아들이며, 삼계에서 빨리 나오고자 끈질기게 정진하여 스스로 열반(涅槃)을 구했으면 이것을 성문승(聲聞乘)이라 이름하니, 그 여러 아이들과 같이 양이 끄는 수레를 얻기 위해 불타는 집에서 나온 것과 같도다. 만약에 중생이 있어 부처님 세존을 따라 법을 듣고 믿어 받아들이며 스스로 절로 우러나오는 지혜(智慧)를 구하려고 끈질기게 정진하면서 혼자 있음을 즐기고 고요한 것을 좋아하며 제법(諸法)의 인연(因緣)을 깊이 알았다면 이를 벽지불승(僻支佛乘)이라 이름하느니, 그 여러 아이들처럼 사슴이 끄는 수레를 구하기 위해 불타는 집에서 달려나온 것과 같도다. 만약 어떤 중생이 있어 부처님 세존을 따라 법을 듣고 믿어 받아들이며 끈질기게 정진하여 일체지(一切智), 불지(佛智), 자연지(自然智), 무사지(無師智), 여래(如來)의 지견(知見), 십력(十力)과 사무소외(四無所畏)를 구하고, 무량한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안락하게 하고, 인간계와 천상계의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여 일체(一切)에서 벗어나 건너가는 것이니, 이를 대승보살(大乘菩薩)이라 이름하고, 이 승(乘)을 구하려 하는 까닭에 이름을 마하살(摩詞薩)이라 하느니, 그 여러 아이들과 같이 소가 끄는 수레를 구하기 위해 불타는 집에서 나오는 것과 같도다.







사리불이여. 그 장자(長者)가 여러 아이들이 불타는 집에서 나와 무서움이 없는 곳에 이르러 안전하고 태평하게 있음을 보고, 스스로 많은 재부(財富)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음을 생각하고 큰 수레를 똑같이 여러 아이들에게 내려 준 것과 같이 여래(如來)께서도 역시 이와 같으니 일체 중생의 아비가 되시는도다. 무량한 수천억의 중생들을 보시고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삼계의 괴롭고 두렵고 무섭고 험한 길을 나와 열반의 즐거움을 얻는 것을 보시고 여래께서 이때에 이르러 이러한 생각을 내시었도다. 내가 헤아릴 수 없고 끝간 데를 알 수 없는 지혜와 십력과 사무소외 등 여러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가지고 있으매, 이 여러 중생들이 모두 바로 나의 아이들이니, 큰 수레, 즉 대승(大乘)를 똑같이 주어 홀로 멸도(滅度)를 얻는 사람이 있지 않도록 모두 여래(如來)의 멸도(滅度)로써 멸도(滅度)하게 하리라. 이것이 여러 중생들이 삼계에서 벗어난 것이며, 여러 부처님의 선정(禪定), 해탈(解脫) 등 즐겁게 즐기던 장난감을 남김없이 준 것이니, 이 모두가 하나의 상(相)이며, 하나의 종(種)이며, 성인께서 칭찬하고 찬탄하신 것으로, 능히 깨끗하고 신묘하며 가장 즐거운 즐거움을 나게 할 수 있도다.







사리불이여. 그 장자(長者)가 처음에 세 수레로써 여러 아이들을 유인한 후에 오직 큰 수레 만을 주었으니, 보물로 장엄하였으며 가장 편안하고 태평한 것과 같고, 그 장자(長者)가 허망한 잘못이 없었던 것 처럼 여래 역시 이와 같이 허망함이 없도다. 처음에 삼승(三乘)을 설하여 중생들을 인도하신 후에 대승(大乘)만으로 제도하여 벗어나게 하느니, 어찌된 까닭이냐 하면, 여래께서는 무량한 지혜와 십력과 사무소외와 여러 법장(法藏)을 지니셨으니 능히 일체의 중생들에게 대승(大乘)의 법을 줄 수 있으나, 다만 모두 다 받아들이지 못함이로다. 사리불이여. 마땅히 알아두어라. 이러한 인연으로 여러 부처님께서 방편력(方便力)으로 일불승(一佛乘)을 삼승(三乘)으로 따로 나누어 설하였도다.







부처님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揭)로써 말씀을 설하셨다.







비유하건대, 장자(長者)에게 대저택이 하나 있는데, 그 집이 오래된 까닭에 무너질 듯 낡아, 집채들은 아주 위험하고 기둥뿌리는 꺾어질 듯 썩었으며, 서까래와 대들보도 기울고 축대도 허물어질 듯 헐었고, 담장과 벽은 무너질 듯 갈라졌으며, 진흙을 바른 것이 떨어질 듯 헐었고, 지붕을 덮었던 나뭇조각들이 어지러이 떨어졌으며, 난간과 처마 받침대도 어긋났고, 에둘린 담장도 구부러지고 똑바르지 않아 잡동사니와 쓰레기들만 여기저기 가득차 있는데, 오백명의 사람들이 그 안에서 잠자고 머물렀다네. 솔개 올빼미 부엉이 독수리, 까마귀 까치 비둘기 뻐꾸기, 살무사 뱀 독사 전갈, 지네와 그리마, 발이 백개나 달린 긴벌레들, 족제비 삵 새앙쥐 시궁쥐, 여러 가지 해충의 무리들 이리저리 쏘다니며, 똥 오줌 냄새나는 곳 부정(不淨)한 것들 넘쳐나며, 말똥구리 쇠똥구리 여러 가지 벌레들 그 위에 우글우글. 여우와 이리 야간(野干) 물고 뜯고 차고 밟고 죽은 시체 뜯어먹어 뼈와 살이 낭자(狼藉)하다. 이러하니 개의 무리들 다투어 몰려들어 밀고당기며, 주리고 지치고 두려워하면서 곳곳에서 먹을 것 찾아, 서로 다투어 밀고 당기고 물어뜯고 개싸우면서 짖어대니 그 집이 두렵게 변한 모습이 이와 같도다.







곳곳에서 이매, 망량, 야차(夜叉), 악귀(惡鬼)들 사람 고기 씹어먹고, 독충의 무리들이며 여러 가지 사나운 짐승들, 젖먹이고 새끼 낳아 제각기 자기것 갈무리하는데, 야차(夜叉)들 몰려나와 다투어 잡어먹으며, 잡아먹고 배부르면 악한 마음 더욱 극성스러우니, 서로 싸우는 소리 아주 몹시 두려웁고, 구반다(鳩槃茶) 귀신 흙무더기 걸터앉아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왔다갔다 제멋대로 돌아다니면서 시시덕거리고, 양손으로 개다리 움켜잡아 때려눕혀 깽깽거리게 하고, 발로 정강이 차서 개를 떨게 하면서 즐기는도다. 다시 여러 귀신 있어 그 몸 장대하고 벗은 몸에 검고 여위었는데 늘 그 안에 머무르며 먹을 것 구하려 듣기싫은 소리 크게 내어 울부짖고, 다시 여러 귀신들이 있어 그 목구멍이 바늘 구멍같고, 다시 여러 귀신들이 있어 머리는 쇠머리같은데, 사람 고기를 먹기도 하고 또 개고기를 씹기도 하며, 머리는 봉두난발, 잔악하고 해끼치고 흉험한데, 주리고 목마른 것 시급하니 울부짖어 소리치며 이리뛰고 저리뛰는도다. 야차(夜叉)와 아귀(餓鬼), 해로운 새와 짐승, 배고파 쩔쩔매며 창문 너머 바라지 너머 흘끔흘끔 엿보고 지켜보니,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하니 무섭고 두렵기 한량없다.







이 낡아빠진 집 한 사람에게 속해있으니 그 사람 가까이에 외출하고 얼마되지 않은 사이, 집채 뒤편에서 홀연히 불길 일어 일시에 사방으로 그 불길 고루 번져 치열하게 타올라 대들보 서까래 난간 기둥 터지는 소리, 흔들리며 갈라지고, 꺾어지고 부러지며, 떨어지고 쓰러지고, 담장 장벽 무너져 내리는데, 여러 귀신 소리높여 크게 울부짖고, 부엉이 독수리 여러 새들, 구반다(鳩槃茶) 귀신들, 이리저리 두려워 헤매며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나운 짐승들 독충들 쥐구멍에 들어가 숨는도다. 비사사(毗舍 ) 귀신 역시 그 안에 있다가, 복(福)도 없고 덕(德)도 없는 고로 불길에 쫓기는 바 되었으매, 서로 서로 잡아뜯어 피 마시고 고기 씹어, 야간(野干) 족속 이미 전에 죽었어도, 덩치 큰 짐승들 몰려와 다투어 먹고 뜯는도다. 냄새 연기 뭉게뭉게 피어올라 사방이 자욱한데, 지네, 그리마, 독사의 부류들, 불에 타는 바 되어 다투어 구멍 밖 도망하니 구반다(鳩槃茶) 귀신 따라가며 잡아먹고, 또 여러 아귀(餓鬼) 머리 위가 불타는 듯, 주리고 목마르고 뜨겁고 괴로워 이리저리 쩔쩔매며 날뛰도다. 그 집은 이와 같이 매우 두렵고 무서우며, 독충 짐승 화재 여러 것 가운데 어느 하나 쉬운 것 없도다.







이때에 집주인이 문밖에 서있다가 어떤 사람 말하는 것 들어보니, 그대의 여러 아이들, 앞서 즐겁게 뛰놀다가 이 집에 들어왔는데 너무 어려 알지 못하고 즐거운 놀이 좋아하여 푹빠져 있노라. 장자(長者)가 듣고 놀라 불타는 집에 뛰어들어 바야흐로 구제하여 불에 타는 해를 입지않도록 여러 아이들에게 깨우치도록 일러주고 여러 가지 환난 설명하였도다. 악귀와 독충, 화재가 만연하여 여러 가지 괴로움 차례차례 서로 이어져 끊이지 않는데, 독사 살무사 꿈틀거리고, 여러 야차(夜叉) 구반다(鳩槃茶) 귀신, 야간(野干)과 여우와 개, 수리 독수리 부엉이 올빼미, 다리 백개 달려 기어다니는 벌레들, 주리고 목말라 어쩔줄 몰라 하는 것이 매우 두렵고도 무섭도다. 이같이 괴롭고도 어려운 지경인데, 하물며 큰 불까지 일어남이랴. 여러 아이들 무지(無知)하여 비록 아비의 가르치는 말 들었지만 아직 즐거움에 빠져있는 까닭에 즐겁게 노는 것 그치지 않는도다. 이 때에 장자(長者) 이러한 생각 품었도다. 여러 아이들 이와 같이 나의 근심 번뇌 더하게 하니, 이제 지금 이 집에 한 가지 즐거움도 없거늘, 그런데 여러 아이 즐겁게 노는 것 빠져들어 나의 가르침 받지 아니하니, 장차 불에 탈 해(害)를 어찌하리.







곧 한가지 생각 헤아려 여러 방편(方便)을 짜내어 아이들에게 고하였도다. 내가 여러 가지 수많은 진기한 장난감 가지고 있으며, 몹시 보배롭고 좋은 수레 가지고 있으니,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큰 소가 끄는 수레라. 지금 문 밖에 있으니 너희들은 나가 보아라. 내가 너희 위해 이 수레 만들었으니 마음대로 즐거웁게 갖고 놀아도 좋으니라. 여러 아이들 이와 같은 여러 수레 이야기 듣고 곧바로 다투어 달려나가 빈터에 이르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을 여의었도다. 장자(長者)가 아이들이 불타는 집에서 나와 사거리에 머무름을 보고 사자좌(獅子座)에 앉아, 스스로 경사스러워 하며 말하기를, 내가 지금 기쁘고 즐겁도다. 이 여러 아이들 낳고 기르기도 매우 어렵거늘, 어리석고 생각짧고 무지(無知)하여 험한 집에 들어갔도다. 여러 가지 독충 우글거리고 이매망량 산도깨비 무서으며, 큰 불이 맹렬히 일어나 사방팔방 타오르는데, 이 여러 아이들 즐겁게 노는데만 정신팔려 있으니, 내가 이미 구하여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였도다. 이런 까닭에 여러 사람들이여, 내가 지금 기쁘고 즐겁느니라.







이때에 여러 아이들 아비가 자리잡고 앉은 것을 보고 다같이 아비 앞에 이르러 아비에게 아뢰어 말하되, 원컨대 우리들에게 세 가지 보배스런 수레를 주시옵소서. 여러 아이들 나오면 마땅히 세가지 수레로서 너희들 원하는 대로 해주마고 조금 전에 허락하신 바와 같이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 이에 내려주시옵소서. 장자(長者)는 큰 부자이니 창고마다 갈무리된 것 많고 많으며, 금이며 은이며 유리(琉璃) 차거 마노(瑪瑙), 여러 가지 보물들로 큰 수레 여럿 지어 장엄하게 장식하고 꾸몄으며 난간을 빙둘러서 사면에 방울 달고 금으로 된 노끈 이리저리 얽었으며, 진주(珍珠) 비단(緋緞) 그물 그 위에 펼쳐씌웠으며, 금꽃과 여러 가지 구슬 곳곳에 드리웁고, 여러 가지 채단(綵緞) 복잡하게 꾸미어 빙둘러 둘렀으며, 부들풀 방석대신 부드럽고 가벼운 비단솜, 위에는 빼어나게 가늘은 털로 짠 양탄자 덮었으니 값어치 수천억이며, 정결하고 선명한 흰 천으로 그 위를 씌웠으며, 커다란 흰 소 있어, 살찌고 장대하고 힘세며 형체 예쁘고 보기좋아 보배 수레 멍에 매었고, 여러 많은 시종 앞길 인도하고 주위 방비하는데, 이렇게 빼어나게 훌륭한 수레 여러 아이 똑같이 내려주니, 여러 아이 이 때 기뻐 날뛰면서 곧 보배 수레 타고올라 사방으로 몰고다녀 즐겁고 재미있고 기쁘고 상쾌하여 자재무애(自在無 ) 거칠 것 없었도다.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나 역시 이와 같이 여러 성인(聖人) 가운데 존귀하며 세간의 아비 되니, 일체 중생 모두 나의 자식이라. 세상 즐거움에 깊이 빠져 지혜로운 마음 있지 아니하고, 삼계에 편안한 곳 없으며 마치 불타는 집 같아 뭇 괴로움 충만하니 매우 두렵고 무섭고, 늘 생노병사 우환이 있으니 이와 같은 불길 치열하게 타올라 꺼지지 아니하도다. 여래(如來)는 이미 삼계의 화택(火宅)을 여의고 적연히 한거하여 들숲에 안거(安居)하였으니, 지금 이 삼계는 모두 나의 것이며, 그 가운데 중생 남김없이 나의 자식이로다. 지금 이곳에서 여러 환난 많이 있으나 오직 나 한 사람만이 능히 구호할 수 있으니, 비록 가르침 다시 내려준다 해도 믿고 받지 아니하며, 여러 욕망 속에 깊이 물들고 빠지고 매여있는 까닭에, 이 방편으로 삼승(三乘)을 설하노니, 여러 중생으로 하여금 삼계의 괴로움 알게하고, 세간(世間)에서 벗어나는 길 열어서 보여주고 베풀어 설명하려 함이도다. 이 여러 불자(佛子)들 만약 마음 정하면 삼명(三明)과 육신통(六神通) 구족하여 연각(緣覺)과 불퇴전(不退轉)의 보살(菩薩) 얻으리라.







그대 사리불이여. 나는 중생을 위해 이 비유로써 일불승(一佛乘)을 설하노니, 그대들 만약 능히 믿어 받아들이면 일체 모두 마땅히 부처님 도(道)를 얻어 성불하리라. 이 승(乘)은 미묘하고 청정하기 제일이며, 여러 세간(世間)에 더 위에 있는 것 없으니, 부처님이 기뻐하셨던 바이며 일체의 중생이 감응하여 칭찬하고 찬탄하여 공양하고 예배하던 바이며, 무량한 수천억의 여러 힘과 해탈, 선정, 지혜 및 부처님의 나머지 법이로다. 이와 같은 승(乘)을 얻으면 여러 아이들 밤낮 수많은 세월 늘 즐거이 노닐게 하고, 더불어 여러 보살과 성문 대중들 이 보배 수레에 태워 곧바로 도량(道場)에 이르노니, 이러한 인연으로 시방에 진실한 깨달음을 구하여도 다시 다른 승(乘)이 없으며 부처님 방편(方便)만 제하도다.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그대 여러 사람들은 모두 바로 나의 자식들이니 나는 바로 아비로다. 그대들은 여러 겁 동안 무수한 괴로움에 태워졌으매, 나는 모두를 건지고 건지어 삼계(三界)에서 나오게 하리로다. 내가 비록 먼저 그대들의 멸도(滅度)를 설하였으나 다만 생사(生死)을 다하는 것이었을 뿐 실제의 멸도(滅度)가 아니었으니, 이제 응당 행하여야 할 바는 오직 부처님 지혜 뿐이로다. 만약 이 대중 가운데 보살이 있어 능히 일심으로 여러 부처님 실상법을 듣는다면,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 비록 방편(方便)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셨으나 이 모두가 보살이었도다.







만일 어떤 사람이 지혜가 적어 애욕(愛慾)에 깊이 매달리면 이러한 무리들을 위하는 까닭에 고제(苦諦)를 설하시매, 중생들이 마음에 기뻐하여 미증유(未曾有)을 얻었으니, 부처님이 고제(苦諦)를 설하신 것은 진실(眞實)이며 다름이 없는도다. 만약 중생이 있어 괴로움의 근본을 알지 못하고 괴로움의 원인에 깊이 매달리어 잠시도 버리지 못하면, 이러한 무리들을 위하는 까닭에 방편(方便)으로 도(道)를 설하셨도다. 여러 괴로움 원인 되는 바는 탐욕(貪慾)이 근본 되니, 만약 탐욕을 없이하면 의지할 곳 없어지니, 여러 괴로움 없어지고 다하매, 이름하여 제삼제(第三諦)라 하는도다. 멸제(滅諦)를 행하려는 까닭에 도(道)를 닦고 행하여 여러 괴로움에 속박된 것 여의니, 이름하여 해탈(解脫)을 얻었다 하니, 이 사람이 무엇에서 해탈을 얻었는가. 다만 허망함을 여의었으니 이름하여 해탈(解脫)이라 할 뿐, 그 실상에서 일체(一切) 해탈(解脫)은 얻지 못하였으니, 부처님께서 이 사람을 설하시어 실제 멸도(滅度)가 못되었다 하시는도다. 이러한 사람들은 무상(無上)의 도(道)를 얻지 못한 까닭에 나도 멸도(滅度)에 이르게 했다고 생각하지 않나니, 내가 법왕(法王)이 되어 법에 자재하여 중생을 안온하게 하려는 까닭에 세상에 나타났으매, 그대 사리불이여, 나는 이 법인(法印)을 세간(世間)에 이익되고자 하는 까닭으로 설하노니, 돌아다니는 곳곳마다 망령되어 베풀어 전하지 말며, 만약 듣는 사람 있어 기뻐하며 이마로 받아들이면, 마땅히 알아두어라. 이 사람이 아비발치(阿毘跋致)이니라.







만약에 이 경법(經法)이란 것을 믿어 받아들이면 이 사람은 이미 과거불을 뵙고 공경하고 공양하여 역시 이 법을 들었음이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능히 그대가 설하는 바를 믿으면 곧 나를 보게 되는 것이니, 역시 그대 및 비구승과 아울러 여러 보살을 보았음이로다. 이 법화경을 깊은 지혜를 위하여 설하노니, 얕은 식견이 듣는다면 미혹하여 깨우치지 못하니라. 일체 성문(聲聞) 및 벽지불은 이 경(經)에 힘이 미치지 못할 바이니, 그대 사리불 또한 이 경(經)에 믿음으로 들어가니 하물며 나머지 성문(聲聞)들이랴. 그 나머지 성문(聲聞)들이 부처님 말씀을 믿는 까닭에 이 경(經)을 따라 드는 것이지 자기 지혜의 몫이 아니로다. 또 사리불이여. 교만하고 게으르고 계교많은 아견(我見)들에게는 이 경을 설하지 말지어다. 범부(凡夫)와 얕은 지식들은 오욕(五慾)에 깊이 매달리어 듣고도 능히 깨우치지 못하니 역시 설하지 말지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믿지 아니하고 이 경을 비방하며 훼예하면 곧 일체 세간(世間)의 불종(佛種)을 끊는 것이며, 혹 다시 빈축(嚬蹙)하거나 의혹을 품을 것이로다.







그대는 마땅히 이러한 사람들의 죄보(罪報)를 설하는 것을 들으라. 만약 부처님이 세상에 계시거나 만약 멸도하신 후에 이와 같은 경전(經典)에 대해 그러한 비방(誹謗)을 하면서, 경(經)을 읽고 읊고 쓰고 지니는 사람을 가벼이 보거나 천하게 보거나 증오하고 질투하고 원한(怨恨)을 맺어 품으면, 이 사람의 죄보(罪報)도 그대는 이제 들으라. 그 사람의 목숨이 끝나면 아비지옥에 들어가 한 겁(劫)을 꼭 채우고 겁(劫)이 다한 후에 다시 태어나니, 이와 같이 되풀이 하기를 무수한 겁(劫)이 지나서 지옥에서 나와 마땅히 축생도(畜生道)에 떨어지리로다. 만약 개나 야간(野干)으로 태어나 그 모양이 바짝 야위고 새카맣게 검고 옴과 문둥병에 걸려 사람들이 접촉하는 것을 꺼리며, 또 다시 사람들의 미움과 천대 받는 바 되어 늘 곤고(困苦)하고 배고프고 목마르며 뼈와 살이 바짝 말라들어, 살아서는 회초리로 벌받으며 죽어서는 깨진 기왓장과 돌이 덮으리니, 불종(佛種)을 끊은 까닭에 이러한 죄보(罪報)을 받으며, 만약 약대나 낙타가 되거나 또는 당나귀로 태어나 몸에 늘 무거운 짐을 지고 여러 채찍과 회초리가 떨어지는데도, 단지 물과 풀만 염두에 둘 뿐 나머지는 아는 바가 없으니 이 경(經)을 비방한 까닭에 이와 같은 죄를 얻었도다.







야간(野干)이 되어 마을에 들어오면 신체에 옴과 문둥병이며 또 한쪽 눈이 없어, 여러 어린아이들의 때리고 돌맞는 바가 되어 그런 고통 받다가 혹시 죽기도 하는데, 이 죽은 후에 다시 구렁이 몸을 받아 그 모양이 길고 길어 오백 유순이 되며, 듣지 못하고 발없이 기어가며 구불구불 배로 가니, 여러 작은 버러지들 쪼아먹고, 밤낮으로 괴로움 받아 쉴틈도 있지 아니하니, 이 경(經)을 비방한 까닭에 이와 같은 죄를 얻었도다. 만약 사람으로 태어나면 여러 가지 근기 어둡고 둔하며, 난장이, 곰배팔, 앉은뱅이, 장님, 귀머거리, 꼽추 되어, 말하고 설명하는 바 있어도 사람들이 믿거나 용납하지 아니하며, 입냄새 늘 구리고 귀신과 도깨비 붙어있으며, 가난하고 곤궁하고 천하여 사람들이 부리는 바가 되며, 병이 많고 소갈(消渴)에 비쩍 여위었는데 믿고 의지할 곳도 없고, 비록 다른 사람과 친근히 지내려 해도 그 사람은 뜻이 없고, 만약 얻는 바가 있어고 다시 잃어버리는 것이 보통이며, 만약 의술(醫術) 수련하여 옳은 처방으로 병을 치료하여도 다시 다른 질환 더 늘어 혹 다시 죽기도 하고, 만약 스스로 병이 들어도 구호하고 치료해 줄 사람 없고, 설령 좋은 약 복용해도 다시 더욱 심해지고, 만약 다른 사람 반역이나 약탈 겁탈 절도 등등 이와 같은 죄목으로 그 재앙이 옮아오니, 이와 같은 죄인들 영원히 부처님 못 뵈옵고, 뭇 성인(聖人)의 왕(王)이 설법하여 교화해도, 이와 같은 죄인들은 늘 난처(難處)에 태어나 미치고 귀먹고 마음이 어지러워 영원히 법을 듣지 못하는도다.







항하사와 같이 무수한 겁(劫)동안 번번이 귀머거리 벙어리로 태어나 육근(六根)이 구비되지 못하고, 정원(庭園)을 노닐며 바라보는 것처럼 늘 지옥에 떨어지며, 나머지 악도(惡道)에도 자기 집 드나들 듯 돌아드니, 낙타와 약대, 개돼지가 바로 그 돌아드는 곳이라. 이 경(經)을 비방한 까닭에 이러한 죄 얻었도다. 만약 사람이 된다 해도 귀머거리, 장님, 벙어리, 가난함과 궁상맞음, 여러 여러 쇠약함, 이러한 것들을 스스로 장엄하고, 수종(水腫)과 목마르는 소갈증, 옴과 문둥병, 악창, 등창, 이와같은 등등의 병들을 옷 갈아입듯 하고, 몸에서는 늘 냄새나며, 때가 덕지덕지 끼어 깨끗하지 못하고 아견(我見)에 깊이 매달리어 더욱더 눈을 부릅뜨고 성을 내며, 음욕(淫慾)이 치열하고 왕성하여 금수(禽獸)를 가지리 않으니, 이 경(經)을 비방한 까닭에 이러한 죄 받는도다.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이 경(經)을 비방하는 자 그 죄를 말하려면 한 겁(劫)을 다해도 다하지 못하리라. 이러한 인연으로 내가 그대에게 말하는 것이니, 무지(無智)한 자에게는 이 경(經)을 설하지 말라.







만약 이근(利根)이거나 지혜가 총명하여 분명하거나 많이 듣고 힘써 알면서 불도(佛道)를 구하려는 사람 있으면, 이러한 사람이라야 비로소 설하여도 괜찮으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백천만억의 부처님을 뵈옵고 여러 선한 근본을 심어 마음을 깊고 견고히 하면, 이러한 사람이라면 비로소 설하여도 괜찮으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정진하여 늘 자비로운 마음을 닦고 몸과 목숨을 애석히 여기지 아니하면 비로소 설하여도 괜찮으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공경하여 다른 마음이 있지 아니하고 여러 범속함과 어리석음을 여의고 홀로 산택(山澤)에 있다면, 이러한 사람이라면 비로소 설하여도 괜찮으니라. 또 사리불이여. 만약 어떤 사람이 있어 나쁜 지식(知識)을 버리고 선한 벗을 가까이 한다면, 이러한 사람이라면 비로소 설하여도 괜찮으니라. 만약 불자(佛子)를 보면 계(戒)를 깨끗한 명주(明珠)처럼 맑고 깨끗이 지니면서 대승경(大乘經)을 구하면, 이러한 사람이라면 비로소 설하여도 괜찮으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눈을 부릅뜨지 아니하고 품성이 곧으면서도 유연하여 늘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면서 여러 부처님을 공경하면, 이러한 사람이라면 비로소 설하여도 괜찮으니라.







다시 어떤 불자 있어 대중 가운데에서 청정한 마음으로 수많은 가지지 인연을 비유하는 언사(言辭)로 법을 설하여 막힘이 없으면, 이러한 사람이라면 비로소 설하여도 괜찮으니라. 만약 어떤 비구 있어 일체지(一切智) 위해 사방으로 법 구하며 합장하여 이마로 받아들이며, 다만 대승(大乘)의 경전(經典)을 받아 지니는 것을 즐거워하며, 나머지 경(經)을 한 게(偈)라도 받지 아니하면, 이러한 사람이라면 비로소 설하여도 괜찮으니라. 어떤 사람이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사리(舍利)를 구하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경(經)을 구하여 이미 얻어 이마로 받아들이고, 그 사람이 다시 다른 경전(經典) 구할 뜻이 없으며 역시 외도(外道)의 전적(典籍)을 볼 생각조차 않으면, 이러한 사람이라면 비로소 설하여도 괜찮으니라. 사리불에게 이르노니, 내가 불도(佛道)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이러한 모습들을 설하려면 한 겁(劫)이 다하여도 마치지 못할 것이로다. 이러한 등등의 사람들이라면 능히 믿어 깨달을 수 있나니, 그대는 마땅히 위하여 신묘한 법화경(法華經)을 설하라.







청옥산인(淸玉散人) 졸역(拙譯) 천학과 비재로서 어찌 높은 말씀 받으랴. 여러 선학들이 남긴 말씀 도움을 얻었으니, 소중한 해의 펴신 무비 강백 강설과 오종법사회 지광법사 해설, 묘가산님의 블로그에서 얻은 윤거사 주해로 난해하고 부족한 부분 보충하였으니, 어찌 이 졸해를 자랑스럽다 할 것인가. 다만 노력과 마음이 성실하였으니 마음의 공부에 만족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