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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세존께서 조용히 삼매에서 깨어나시어 사리불(舍利弗)에게 고(告)하셨다.
여러 부처님의 지혜가 매우 깊고 무량하며, 그 지혜의 문은 깨닫기도 어렵고 들어가기도 어렵나니라. 성문(聲聞)과 벽지불들은 일체 알 수 없을 것이니, 까닭이 무엇인가. 부처님께서 백천만억의 무수한 여러 부처님들을 가까이 뵈웠었고, 그 가지 부처님들의 무량한 도법(道法)을 모두 행하여 용맹정진하였으므로 이름하여 일컫기를 보문(普聞)이라 하였고, 일찍이 없었던 매우 깊은 법을 성취하였으나, 그 법을 알맞게 풀어서 설하여도 그 뜻을 깨닫기가 어렵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이여, 내가 성불(成佛)한 이래 지금에 이르도록 가지 가지 수많은 인연들과 가지 가지 수많은 비유들을 널리 말로 풀어 무수한 방편으로 가르쳐서 중생들을 인도하여 여러 가지 집착을 여의게 하였으니 그 까닭이 무엇인가. 여래(如來)께서 방편(方便) 바라밀과 지견(知見) 바라밀을 모두 고루 갖추었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이여, 여래(如來)의 지견(知見)은 광대하고 심원하여, 사무량(四無量), 사무애(四無), 십력(十力), 사무소외(四無所畏)와 선정(禪定), 팔해탈(八解脫), 삼삼매(三三昧)에 가없이 깊이 들어가 일찍이 없었던 일체의 법을 성취하셨으며,
사리불이여, 여래(如來)께서는 능히 여러 가지 수많은 부류를 분별하사 제법(諸法)을 공교(工巧)하게 설하시니 말씀이 부드러워 대중의 마음을 기쁘게 하시며,
사리불이여, 요점을 취하여 말하자면, 부처님께서는 무량무변하며 일찍이 없었던 법을 남김없이 성취하셨으니,
그만두어라. 사리불이여, 다시 말할 필요가 없느니라.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성취한 바 있는 가장 희유하며 난해한 법은 오직 부처님 만이 또는 부처님과 더불어야만 능히 제법(諸法)의 실상(實相)을 모두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며, 이른바 제법(諸法)이란 상(相)이 이와 같으며, 성(性)도 이와 같고, 체(體)도 이와 같고, 힘도 이와 같고, 되어짐도 이와 같고, 까닭도 이와 같고, 인연도 이와 같고, 과(果)도 이와 같고, 보(報)도 이와 같으며, 본말(本末)도 이와 같아 궁극적으로는 차이가 없이 모두 같기 때문이니라.
이때에 세존께서 이 뜻을 다시 한번 펴시고자 게(偈)로서 말씀하시었다.
부처님 역량은 헤아릴 수 없으니, 여러 하늘 및 세간 사람, 일체 중생 부류로서는 능히 부처님 알 자 없을 것이며,
부처님의 십력, 사무소외, 해탈, 여러 삼매 및 나머지 모든 법들을 능히 헤아릴 사람도 없을 것이다.
본래 무수한 부처님 따라 여러 도법 행하여 모두 갖추었으니 매우 깊고 미묘한 법이며 보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나니,
무량억겁 동안 이 여러 도법 행하여 마치시고 도량에서 이루어 얻으신 과보(果報)를 나는 이미 남김없이 보아 알았도다.
이와 같이 큰 과보는 여러 가지 수많은 성상(性相)의 의의(意義)이며, 나와 시방세계의 부처님들 만이 능히 이 일들을 알 수 있었으니,
이 법은 보여줄 수 없으며, 말이나 말씀의 형태는 모두 사라져 없어지는 것으니, 이 모든 중생의 무리로서는 능히 깨달음을 얻지 못할 것이다.
여러 보살 대중 가운데 믿음의 힘이 견고한 자는 닿을 수 있으며, 불제자 가운데 여러 부처님을 공양한 사람들도 닿을 수 있을 것이나,
일체의 새어나감이 멈추고 최후의 몸이 여기에 머무른다 해도, 이와같은 정도의 사람들의 그 정도 능력으로 감당할 바가 아니니라.
설령 이 세상 사람이 모두 사리불(舍利弗)과 같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어 생각을 다하여 함께 재어 헤아린다 해도 부처님 지혜를 능히 헤아리지 못하며,
정말로 시방세계(十方世界)가 모두 사리불과 같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고, 그 나머지 제자들이 역시 시방세계를 꽉 채우고 있으면서 모두 함께 생각을 다하여 재어 헤아려도 역시 알지 못할 것이며,
날카로운 지혜와 새어나감이 없는 경지에 들어 최후의 몸을 이룬 벽지불(僻支佛)이 시방세계를 꽉 채워서 그 숫자가 대나무 숲과 같은데,
이러한 벽지불들이 억무량겁 동안 모두 함께 일심으로 부처님의 실상(實相) 지혜를 생각하고자 해도 그 작은 부분마저 능히 알지 못할 것이며,
새롭게 발심(發心)을 낸 보살이 무수한 부처님을 공양하여 여러 뜻들을 이해하고 통달하여 또 능숙하게 법을 설할 수 있음이 마치 논의 벼나. 삼마, 대나무, 갈대와 같이 시방세계를 빽빽이 채워서 항하사 겁 동안 일심으로 신묘한 지혜를 모두 함께 같이 생각하고 헤아려도 부처님의 지혜를 능히 알지 못할 것이며,
불퇴전(不退轉)의 수행을 쌓아 불퇴지(不退地)의 경지에 오른 보살들의 숫자가 항하사 같이 많아 모두 함께 일심으로 생각을 구한다 해도 역시 능히 알지 못하리라.
또 이르노니, 사리불(舍利弗)이여, 새어나감이 없는 불가사의한 경지의 매우 깊고 미묘한 법을 내가 이미 모두 얻어 갖추었나니,
오직 나만이 이러한 상(相)을 알고 있으며, 시방불 또한 그러하니라.
사리불이여, 마땅히 알아두어라.
여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이 다르지 아니하니,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법에 의지하여 마땅히 큰 믿음의 힘을 나게 하라.
세존께서 법이 오랜 연후에 마땅히 진실(眞實)을 설하시게 될 것이로다.
여러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의 경지를 구하려는 대중에게 이르노니,
내가 괴로움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하여 열반에 좇아 이르게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방편력(方便力)으로 삼승(三乘)의 가르침을 보이시어, 곳곳에 집착하는 중생들을 이끌고 인도하시어 벗어남을 얻게할 것이다.
이때 대중 가운데에 여러 성문(聲聞)과 누진(漏盡)의 경지에 오른 아라한(阿羅漢)들과 아약진교여를 비롯한 일천이백인과 성문(聲聞)이나 벽지불(僻支佛)이 되고자 발심(發心)한 사람들,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들이 있었는데, 모두들 제각기 이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날 세존께서 어떤 까닭으로 은근히 방편(方便)을 칭찬하고 찬탄하시는 이러한 말씀을 하시는가. 부처님께서 얻으신 법은 매우 깊고 깨닫기 어려워 언설(言說)로는 그 뜻을 알기 어려우니 일체의 성문(聲聞)이나 벽지불들이 능히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로다. 부처님께서 한 가지 해탈(解脫)을 설하시니 우리들도 역시 이 법을 얻어서 열반에 이를 것이나, 지금 이러한 뜻과 의의를 알지 못하겠구나.
이때 사리불이 사부대중의 마음에 의문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채고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아서 부처님께 말씀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까닭과 어떠한 인연으로 여러 부처님의 제일(第一) 방편(方便)이 매우 깊고 미묘하며 깨닫기 어려운 법이라고 은근히 칭찬하고 찬탄하시나이까. 내가 오래 전부터 부처님을 따랐으나 이러한 설하심을 듣지 못했나이다. 지금 사부대중이 모두 함께 의문을 가지고 있으니,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이 말씀을 더 상세히 풀어주시옵소서. 세존께서 어떠한 까닭으로 매우 깊고 미묘하며 깨닫기 어려운 법을 은근히 칭찬하고 찬탄하시나이까.
이때에 사리불이 이러한 뜻을 거듭 펴고자 게(偈)로써 말하였다.
해같이 밝은 지혜를 지닌 대성존께서 오랜 후에 이 법을 설하시매,
스스로 이러한 능력과 사무외, 삼매, 선정, 해탈 등 불가사의한 법들을 얻으셨음을 설하셨고,
도량에서 얻은 법 능히 물어볼 사람 없고, 나도 뜻을 헤아리기 어려우매 역시 물어볼 사람이 없나이다.
물음이 없어서 스스로 설하시며 행하신 바 도(道)를 칭찬하고 찬탄하시고, 지혜가 매우 미묘하여 여러 부처님께서 얻으셨다 하셨나이다.
누진(漏盡)에 이른 여러 아라한(阿羅漢) 및 열반을 구하려는 자들이 지금 모두 의문의 그물에 떨어졌으니 부처님께서 어떤 까닭으로 이러한 것을 설하셨을까.
연각(緣覺)을 구하려는 자와 비구 비구니, 여러 천룡 및 귀신과 건달파 대중들 서로 바라보며 의문을 품고 있을 뿐 망설이며 물어보지 못하고 부처님만 우러러 바라보니, 이러한 일들을 무엇이라 말해야 할지 원컨대 부처님께서 설하시어 깨닫게 하소서.
여러 성문 대중 가운데 제가 제일(第一)이라고 부처님께서 설하셨으나, 내가 이제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의혹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나이다.
이것이 구경(究竟)의 법이며, 이것이 행하여야 할 도(道)가 되는 것인지.
부처님의 입에서 나온 제자들이 합장하여 우러러 바라보며 기다리옵나니, 원컨대 미묘한 말씀을 내시어 지금 사실대로 설하여 주소서.
여러 천룡의 대중은 그 수가 항하사와 같고, 부처가 되고자 하는 보살들이 팔만에 달하는 큰 숫자이며,
또 만억(萬億)의 국토에서 전륜성왕이 도착하여 공경하는 마음으로 합장하여 도(道)를 구족시킬 수 있는 말씀을 듣고자 하나이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다시 말할 필요가 없느니라. 만약에 이 일을 설하면 일체 세간(世間)의 여러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응당 놀라고 의심하리라.
사리불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로지 설하여 주실 것을 원하옵니다. 오로지 설하여 주실 것을 원하옵니다. 왜냐하면 이 회중(會中)에는 무수한 백천만억 아승기(阿僧祗)의 중생들이 여러 부처님을 뵈옵고 여러 근(根)이 심히 날카롭고 지혜가 밝으니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를 들으면 곧 능히 공경하여 믿을 수 있을 것이오이다.
이때 사리불이 이 뜻을 거듭하여 펴고자 게(偈)로써 말씀을 아뢰었다.
법왕(法王)이시여, 무상(無上)의 지존(至尊)이시여, 오로지 설하기를 원하옵나니 걱정하지 마옵소서. 이 회중(會中)의 무량한 대중들 가운데 능히 공경하여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그만두라고 하셨다.
사리불이여, 만일 이 일을 설하면 일체 세간의 천인(天人)들과 아수라(阿修羅)들이 모두 응당 놀라고 의심할 것이며, 증상만 비구들은 장차 커다란 갱(坑) 속에 떨어질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 다시 게(偈)로써 말씀을 설하였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설할 필요가 없느니라. 나의 법은 미묘하여 생각하기 어려우니, 여러 증상만(增上慢)들이 듣고서는 반드시 공경하여 믿지 않을 것이로다.
이 때 사리불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로지 설하여 주시기를 원하나이다. 오로지 설하여 주시기를 원하나이다. 지금 이 회중(會中)에는 저와 같은 무리가 백천만억이며, 여러 세상마다 이미 일찍이 부처님에게 교화를 받아 이루었던 이와같은 사람들이오매, 반드시 공경하여 믿을 수 있을 것이며, 기나긴 밤을 편안히 하고 여러모로 이로움을 넉넉케 할 수 있을 것이오이다.
이때에 사리불이 이 뜻을 다시 펴고자 게(偈)로써 말씀을 사뢰었다.
무상(無上)의 양족존(兩足尊)이시여, 원컨대 제일(第一)가는 법을 설하여 주소서.
내가 부처님의 맏제자로서 바라옵건대 분별하시는 말씀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이 회중의 무량한 대중들도 이 법을 능히 공경하여 믿을 것이오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일찍이 지나간 여러 세상마다 이와같은 무리들을 교화하셨으매, 모두가 일심으로 합장하면서 부처님 말씀 받아듣고자 하나이다.
저희들은 일천이백인과 나머지 부처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대중들을 위하는 까닭에 분별하시는 말씀 베풀어 주시기를 원하옵고 바라옵나이다.
이 무리들이 이 법문을 들으면 곧 크나큰 기쁨이 일어날 것이오이다.
이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나에게 은근히 세 번이나 부탁하니 어찌 설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너는 이제 살펴서 듣고 잘 생각하여 마음에 품어두어라. 마땅히 내가 너를 위해 분별하여 풀어서 설해 주리라.
이런 말씀을 하실 때에 회중에 있던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오천인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왜냐하면 이 무리들은 죄의 뿌리가 깊고 두터우면서도 오만하며, 얻지 못했으면서도 얻었다 일컫고 증득하지 못했으면서도 증득했다고 일컬었다. 이와 같은 잘못이 있음에 머물러 있지 않았으며, 세존께서도 말없이 입을 다무시고 제지하지 않으시었다.
이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이 대중들은 이제 잎과 가지가 다시 돋아나지 않는 순수히 곧바른 열매만 있으니, 사리불이여, 이와같은 오만한 사람들이 물러가는 것 역시 아름다우니라. 너는 이제 잘 들어라. 마땅히 너를 위해 설하리라.
사리불이 아뢰었다.
그러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기쁘게 듣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와같은 미묘한 법은 여러 부처님과 여래(如來)께서 때가 이르러야 설하시는 것이니, 마치 우담바라(優曇鉢華)가 때가 되면 한번 피어나는 것과 같으니라. 사리불이여, 너희들은 마땅히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를 믿으라. 말씀이 허망하지 않으니라.
사리불이여, 여러 부처님께서 마땅히 형편에 맞추어 법을 설하시므로 그 뜻과 지향점이 난해한 것이니라. 왜냐하면 내가 무수한 방편과 가지 가지 수많은 인연과 비유하는 말로 여러 법들을 풀어 설하여도 이 법은 생각과 분별로써 능히 깨달을 바가 아니며, 오직 여러 부처님들 만이 능히 알 수 있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여러 부처님 세존들께서 오직 일대사 인연(一大事 因緣)으로 인해 세상에 나타나셨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이여, 무엇을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 일대사 인연으로 인해 세상에 나오셨다고 지칭하여 말하느냐.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의 지견(知見)을 열어서 청정함을 얻게 하려 하고자 하시는 때문에 세상에 나오셨으며,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보여주시고자 하시는 때문에 세상에 나오셨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깨닫게 하고자 하시는 때문에 세상에 나오셨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知見)에 이르는 길에 들어가게 하시고자 세상에 나오셨느니라.
사리불이여, 바로 이것들이 여러 부처님께서 일대사 인연으로 인해 세상에 나타나신 까닭이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르셨다.
여러 부처님 여래께서 오직 보살들을 교화하기 위해 꾀하고 지으신 바가 여러가지가 있어도 늘 한가지 일을 위함이니, 오직 부처님 지견(知見)을 중생들에게 보이어 깨닫게 하심이니라.
사리불이여, 여래께서는 다만 일불승(一佛乘)인 까닭에 중생들을 위해 법을 설하매 나머지 이승(二乘)이나 삼승(三乘)은 있지 아니하니라.
사리불이여, 일체 시방제불(十方諸佛)의 법 또한 이러하니라.
사리불이여 과거제불께서 무량 무수한 방편과 가지 가지 수많은 인연과 비유하는 말로 중생들을 위해 제법(諸法)을 자세히 설하였으니, 이 법들이 모두 일불승(一佛乘)이 되는 까닭에 이 여러 중생들은 여러 부처님의 법을 듣고 마침내 모두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게 되었도다.
사리불이여, 미래제불께서 마땅히 세상에 나오시어 역시 무량 무수한 방편과 가지 가지 수많은 인연과 비유하는 말로써 중생들을 위해 제법(諸法)을 자세히 설하였으니, 이 법이 모두 일불승이 되는 까닭에 이 여러 중생들들이 부처님의 법을 듣고 마침내 모두 일체종지를 얻게 되었도다.
사리불이여, 현재 시방의 무량한 백천만억 불국토에서 여러 부처님 세존들이 여러모로 중생을 이롭게 하시고 안락하게 하시니, 이 여러 부처님들 역시 무량하고 무수한 방편과 가지 가지 수많은 인연과 비유하는 말로써 중생들을 위해 제법(諸法)을 자세히 설하셨으니, 이 법이 모두 일불승인 까닭에 이 여러 중생들이 부처님의 법을 듣고 마침내 모두 일체종지를 얻게 되었도다.
사리불이여, 이 여러 부처님께서 오직 보살들을 교화하심은 부처님의 지견을 중생들에게 보이고자 하시는 까닭이며, 부처님의 지견을 중생들에게 깨닫게 하려는 까닭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 지견에 들어가게 하려는 까닭이니라.
사리불이여, 내 또한 이와 같아서 여러 중생들이 여러 가지 수많은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마음 깊은 곳에 집착하는 바가 있음을 알아서 그 본성에 따라 가지 가지 수많은 인연과 비유하는 말과 방편력으로 법을 설하는 것이니, 사리불이여, 이와 같은 것이 모두 일불승과 일체종지를 얻고자 하는 까닭이니라.
사리불이여, 시방세계(十方世界)에는 아직 이승(二乘)도 없거늘 하물며 어찌 삼승(三乘)이 있으랴.
사리불이여, 여러 부처님들이 오탁악세(五濁惡世)에 나오시니, 이른바 겁탁(劫濁), 번뇌탁(煩惱濁), 중생탁(衆生濁), 견탁(見濁), 명탁(命濁)이 바로 이것이니라.
사리불이여, 겁탁의 혼란한 때에 중생들의 더러움이 겹치어 탐내고 아끼고 질투하는 여러 가지 좋지않은 뿌리를 성취하게 되는 까닭에 여러 부처님께서 방편력으로 일불승에서 삼승(三乘)을 나누어 설하신 것이니라.
사리불이여, 만약에 나의 제자들이 스스로 아라한이나 벽지불이라 일컬으면서 여러 부처님 여래(如來)께서 오직 보살들을 교화하시는 일을 듣거나 알지 못했다면, 이는 불제자가 아니며, 아라한이 아니며, 벽지불이 아니니라.
또 사리불이여, 이 여러 비구 비구니들이 스스로 이미 아라한을 얻었다고 일컬으며, 바로 최후신(最後身)이며 구경열반을 얻었다고 하며, 편하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무상정등각을 구하려는 뜻을 다시 일으키지 않는다면, 마땅히 알아두어라, 이러한 무리들은 모두 모르면서도 아는체 오만하게 뽐내는 증상만(增上慢)들이니라. 왜냐하면 만약 비구(比丘)가 있어 실제로 아라한을 얻었는데도 만약 이 법을 믿지 아니한다는 것은 부처님이 멸도하신 후 바로 눈 앞에 부처님이 없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라.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 이와 같은 경(經)을 받아지니고 읽고 암송하며 뜻을 풀어내는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웁기 때문인데, 만약 다른 부처님을 만나게 되면 이 법 가운데에서 쉽고 분명하게 알게 되리라.
사리불이여, 너희들은 마땅히 일심으로 신해(信解)하여 부처님 말씀을 받아지니라. 여러 부처 여래의 말씀이 허망하지 아니하며, 다른 승(乘)은 있지 아니하고 오직 일불승 만이 있느니라.
이때에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하여 펴시고자 게(偈)로써 말씀을 설하셨다.
비구 비구니들은 가슴에 증상만(增上慢)을 품고 있고 우바새는 오만하며 우바이에게는 믿음이 없도다.
이와 같은 사부대중들의 무리 그 숫자 오천이 있는데, 스스로 그 허물 보지 못하고 계행(戒行)도 잘 지키지 않는도다.
그 결점을 역성들고 아까워 하여 이런 잔꾀 내어놓으니, 대중 가운데 찌꺼기들 부처님 위덕(威德)에 눌리어 나가는도다.
이러한 사람들은 복덕이 드문 법이어서 이 법을 받아도 견디어 내지 못하니라.
이 대중 가운데 쓸모없는 가지들 없어지고 오직 여러 올곧은 열매 만이 남아있도다.
사리불이여 잘 들어라. 여러 부처님 얻으신 법들을 무량한 방편력으로 중생을 위해 설하시매,
중생들 마음에 품은 생각, 가지 가지 수많은 행하여진 도(道), 약간의 여러 탐욕과 본성, 먼저 세상에서 받아온 선업(善業)과 악업(惡業),
부처님 남김없이 이것들을 아시고 가지 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과 방편력으로 일체 중생들을 기쁘게 하였으니,
혹은 수다라(修多羅), 혹은 가타(伽陀) 및 본사(本事), 혹은 본생(本生) 및 미증유(未曾有)를 설하시고 또 인연(因緣), 비유(譬喩)와 더불어 지야(祗夜)와 우바리사경(優婆提舍經)을 설하시니,
뿌리가 무디어서 작은 법만 기뻐하고 죽고사는 것에만 매달리며, 여러 무량한 부처님들 깊고 오묘한 도(道)를 행하지 아니하는도다.
대중들의 괴로워 하는 바 이 혼란스러운 번뇌를 위해 열반을 설하노니, 내가 이 방편을 베풀어서 부처님의 지혜에 들게 하리로다.
일찍이 너희에게 마땅히 부처님의 도를 이루어 얻을 것이라 설하지 않았으니, 아직 설하지 아니한 까닭은 설해야할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음이라.
이제 그 때가 마침맞게 이르렀으니 드디어 대승(大乘)을 설할 것이니라.
내가 이 구부(九部)의 법을 중생에게 잘 맞추어 설하리니, 대승(大乘)에 들어감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 이 경(經)을 설하는 까닭이로다.
어떤 불제자 있어 마음을 깨끗이 부드럽게 하고 또 근기(根基)를 날카롭게 하여 무량한 여러 부처님의 처소에서 깊고 미묘한 도를 행한다면,
이 여러 불자들을 위해 이 대승경(大乘經)을 설하니, 나는 이와 같은 사람들에게 내세에 성불하리라는 수기(授記)를 줄 것이며,
깊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며 청정한 계행을 닦아 지니는 까닭에 이러한 사람들은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들으면 커다란 기쁨이 온 몸에 충만하게 되리니,
부처님께서 그 마음이 행하는 것을 아시므로 대승(大乘)을 설하게 되었도다.
만약 어떤 성문(聲聞)과 보살이 있어 내가 법을 설한 바를 듣거나 또는 그 가운데 하나의 게(偈)를 깊이 받아들이기만 해도 의심할 것 없이 모두 성불(成佛)할 것이로다.
시방 불국토 가운데 오직 하나 일승(一乘)의 법만 있으며, 이승(二乘)도 없고 삼승(三乘)도 없으나 부처님 방편설 만은 제외하니,
다만 중생들을 인도하기 위해 거짓된 이름이나 글자로써 부처님 지혜를 설하였던 까닭에 여러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도다.
오직 이 하나만 진실이며 나머지 둘은 곧 진실이 아니니, 종내에는 소승(小乘)으로써 중생을 제도하지 못하리라.
부처님께서 그 얻으신 법과 같이 스스로 대승(大乘)에 머무르며 이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정(定)과 혜(慧)의 힘으로 장엄하고,
스스로 무상(無上)의 도(道), 대승(大乘)의 평등한 법을 증득하였으매, 만약 소승으로 교화하거나 한 사람이라도 소승에 들게 한다면 나는 곧 간탐에 빠질 것이니 이런 일은 할 수가 없는 것이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 귀의하여 믿으면, 여래께서는 속이거나 호리지 아니하고 또 욕심을 내거나 질투하는 마음이 없으며 제법(諸法) 가운데 악을 잘라내므로 부처님께서는 시방세계에서 홀로 두려워 할 바가 없도다.
내가 상(相)으로써 몸을 장엄하고 광명을 세간에 비춤으로써 무량한 중생들이 우러러 보는 바이니 실상인(實相印)을 설하게 되었으니,
사리불이여 마땅히 알아두어라. 나는 본래 서원(誓願)을 세웠으니 일체의 대중으로 하여금 나와 같이 차이없고 다름 없이 하고자 하는 것이로다.
이와 같은 나의 옛 소원이 오늘날 이미 만족되었으니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모두 부처님에의 길로 들어가게 하리라.
만약 내가 중생을 만나 부처님의 도(道)로써 교화하기를 다하여도 무지(無智)한 자 어긋나고 혼란하여 미혹에 빠져 교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도다.
내가 알건대, 이 중생은 일찍이 좋은 근본 닦은 일이 없었으며, 오욕(五慾)에 단단히 집착하고 미치광이 같은 애욕으로 인해 번뇌를 나게하고,
여러 욕망 인연으로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져 육취(六趣)를 윤회(輪廻)하면서 여러 고통 해악 갖추어서 받으며,
태중(胎中)에 들 적마다 늘 전보다 더 커지며 덕이 없고 복이 없는 사람으로 여러 고통 핍박을 받으며,
삿된 소견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서도 있다 없다 때론 있다없다, 이러한 여러 견해에 머물러 의지하며 육십이견(六十二見) 고루 갖추어,
허망한 법에 깊이 매이고 단단히 받아들여 버릴 수 없으며, 스스로 자만하여 스스로 긍지를 높이면서 아첨하고 아부하여 마음이 신실치 못하며,
천만억겁 동안 부처님 이름자를 듣지 아니하고 또 정법(正法)을 듣지 아니하니, 이러한 사람들은 제도하기 어렵도다.
그러하니 사리불이여, 내가 방편을 베풀어서 여러 괴로움을 다하는 길 설하고 열반을 보여주리니,
내가 비록 열반을 설하여도 이것 역시 참된 멸도 아니로다.
제법(諸法)은 본래부터 늘 스스로 적멸의 모양이니, 불자가 이 도(道)를 수행하여 마치면 반드시 내세에 부처가 되리라.
내가 방편력으로 삼승(三乘)의 법을 열어보였으나 일체의 여러 세존들은 모두 일승(一乘)의 도(道)를 설하셨으매,
이제 이 여러 대중들은 모두 의혹을 없이하라.
여러 부처님 말씀이 다르지 아니하니, 오직 일승(一乘) 뿐이며 이승(二乘)은 없느니라.
과거의 무수한 겁동안 무량한 부처님들이 멸도하시어 그 수가 백천만억 이루 헤아릴 수 없으니,
이처럼 많은 세존께서 가지가지 수많은 인연과 비유와 무수한 방편력으로 제법의 실상을 자세히 설하셨도다.
이 여러 세존들께서 한결같이 모두 일승(一乘)의 법을 설하시었으니, 무량한 중생들을 교화하고 부처님의 길로 들어가게 하셨도다.
또 여러 크고 거룩하신 대성주(大聖主)들이 일체 세간의 천인(天人)들과 여러 생명있는 무리 부류들이 마음 깊은 곳에 바라는 바를 있음을 아시고, 또다시 다른 방편 내시어 제일(第一)가는 뜻을 나타나게 도우시니,
만약 어떤 중생 부류들이 여러 지나간 부처님들 뵈워 설법을 듣고서 보시(布施), 인욕(忍辱), 지계(持戒),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智慧) 바라밀 등 육바라밀을 가지가지 복(福)과 지혜(智慧)로 닦는다면, 이러한 여러 사람들은 모두 반드시 성불(成佛)할 것이며,
여러 부처님 멸도 후 만약 어떤 사람이 좋고 부드러운 마음을 내면 이와 같은 여러 중생 모두 반드시 성불하게 될 것이며,
여러 부처님이 멸도 후 사리(舍利)를 공양하는 사람이 만억(萬億)의 가지가지 탑을 세워서 금은 및 파려와 차거, 마노, 매괴, 유리 구슬로 청정하면서도 널리 아름답게 꾸미어 장엄하며,
전단나무 및 침향나무, 목향나무 및 기타 여러 목재들과 벽돌, 기와, 진흙 등으로 여러 탑을 바로잡아 꾸미거나 석묘를 세웠으며,
또 광야(曠野)에 나아가 흙을 쌓아 불묘를 조성하거나, 심지어는 어린아이 장난으로 모래를 쌓아올려 불탑을 만들어도,
이와 같은 사람들 모두가 반드시 성불하리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부처님 위하여 여러 형상 만들어 세우며, 여러 가지 부처님 모습 조각하면 모두가 반드시 성불할 것이며,
또는 칠보(七寶)나 놋쇠, 적동(赤銅)이나 백동(白銅), 백랍(白蠟) 및 아연, 주석, 철(鐵)이나 나무 및 진흙 등으로 만들거나,
또는 옻과 아교를 칠한 천으로 불상(佛像)을 만들어 장엄하여 꾸미면, 이와 같은 사람들은 모두 성불할 것이며,
그림이나 색칠하여 불상을 만들거나 백복(百福)으로 불상을 장엄하면 스스로 하거나 남을 시키거나 모두 반드시 성불할 것이며,
심지어 어린아이 장난으로 풀이나 나무 및 연필이나, 또는 손가락, 손톱 등으로 불상을 그리거나 만들어도 이러한 사람들은 점점 공덕이 쌓여져 크나큰 자비심을 고루 갖추어 모두 반드시 성불할 것이니,
다만 여러 보살들 교화하여 무량 대중 제도하여 해탈케 하리로다.
어떤 사람이 탑묘에 보석으로 치장한 불상(佛像)이나 그림으로 채색한 불상을 걸고 꽃과 향과 깃발과 화개로써 장엄하여 공경하는 마음으로 공양하며,
또 사람을 시켜 음악을 만들어 북을 치고 조개나팔 뿔나팔 불며, 젓대와 피리, 가야금과 공후, 비파와 방울, 바라 등 이와 같은 여러 오묘한 소리들을 정성 다해 공양하거나,
혹은 환희에 찬 마음으로 범패를 노래하여 부처님의 덕(德)을 칭송하거나 심지어는 그 중 한 구절만 하더라도 모두 반드시 성불할 것이며,
만약 어떤 사람이 마음이 어지럽고 산란한데도 한송이 꽃으로 불상에 공양하면 점차로 무수한 부처님을 뵐 수 있고,
또는 어떤 사람이 있어 예배를 올리거나 또는 단지 합장으로만 고하거나, 심지어는 한손을 드는 것, 또는 조금 머리를 끄덕여서 고하는 것, 이러한 것으로 불상에 공양을 올려도 점차로 무수한 부처님을 뵐 수 있으며
스스로 무상의 도 이루어 무수한 대중 널리 제도하고 무여열반에 들어 장작불과 같이 모두 타서 소멸되리니,
어떤 사람이 마음이 어지럽고 산란한 중에도 탑묘에 들어 나무불(南無佛)을 한 번이라도 부르면 모두 반드시 성불할 것이고,
여러 지나간 부처님 세상에 계실 적이나 멸도한 후에도 만약 이 법을 들은 적 있다면 모두 반드시 성불할 것이로다.
오는 세상 여러 부처님들 그 숫자 무량한데 이 여러 여래(如來)들 역시 방편으로 법을 설하시도다.
일체 여래들께서 무량한 방편으로 여러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키며 부처님의 새어나감 없는 지혜에 들어가게 하노니, 만일 법을 들은 자가 있다면 성불하지 않는 이가 하나도 없으리다.
본래 여러 부처께서 서원하시기를, 내가 부처님의 도를 행하는 것은 널리 중생들로 하여금 이 길을 역시 같이 가게 하고자 함이라.
오는 세상 여러 부처님들 비록 백천억의 무수한 여러 법문 설하지만 기실은 일승(一乘)이며,
양족존(兩足尊)이신 여러 부처님들 법이 늘 본성(本性) 없음을 아시고 부처님이 뿌린 씨 인연 따라 일어나매 이러한 까닭에 일승(一乘)을 설하셨으니,
이 법이 법의 자리에 머무름과 세간의 모습에 항상 머무름을 깨우친 그 장소에서 이미 알고 도사(導師)께서 방편으로 설하셨도다.
사람과 하늘의 공양을 함께 받으시는 현세 시방(十方) 부처님들 그 숫자 항하사와 같이 세간에 출현하여 중생들을 편안히 하기 위해 역시 이 법 설하셨도다.
제일(第一) 가는 것은 적멸(寂滅)임을 아시고 방편의 힘으로 비록 가지가지 길을 보여주셨으나 기실은 불승(佛乘)이라.
중생의 여러 가지 행함과 마음 깊은 곳 품은 생각, 과거에 익혔던 업(業), 욕망과 성품과 정진의 힘 및 여러 근기(根機)의 날카롭고 둔함을 아시니,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말씀으로 적당히 방편에 따라 설하시니라.
오늘 내가 역시 이와 같이 중생들을 편안하게 하려는 까닭에 여러 가지 법문으로 부처님의 도(道)를 베풀어 보이며,
내가 지혜의 힘으로 중생들의 성품과 욕망을 알고 방편으로 제법(諸法)을 설하여 모두에게 기쁨을 얻게 하려는도다.
사리불이여, 마땅히 알아두어라.
내가 부처님의 눈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육도(六道)의 중생들을 보건대 가난하고 곤궁하고 복(福)과 지혜가 없으며,
죽고사는 험한 길에 들어서서 괴로움이 서로 이어져 끊이지 않으며, 오욕(五慾)에 깊이 매여있어 이우가 자기 꼬리 아끼듯 탐욕과 애착으로 스스로를 가리고,
눈이 멀어 어두우니 소견도 없어 큰 세력 지니신 부처님 구하지 아니하고 더불어 괴로움 끊는 법도 구하지 아니하며, 여러 삿된 소견에 깊이 들어 괴로움으로 괴로움을 버리고자 하니,
이러한 중생들을 위하려는 까닭에 대비심(大悲心) 일으켰도다. 내가 일찍이 도량(道場)에 앉아 나무를 바라보며 수행할 새, 삼칠일 동안 이 일을 깊이 생각하였나니,
내 얻은 바 지혜는 미묘함이 더할나위 없이 높은데, 중생의 여러 근기(根機)는 둔하여 즐거움에 매여있고 어리석으며 어두우니, 이와 같은 무리 부류들을 어떻게 제도할 것인가.
이때에 여러 범왕(梵王)과 여러 제석천(帝釋天), 호세천(護世天) 사천왕(四天王) 및 대자재천(大自在天)을 비롯한 나머지 여러 하늘 대중 및 권속 백천만이 공경하여 합장하며 예를 올리고 나에게 법륜(法輪)을 굴려줄 것을 청하였도다.
나는 곧 스스로 헤아려 생각하건대, 만약 단지 불승(佛乘) 만을 찬양하면 중생들은 괴로움에 빠져 있어서 이 법을 믿기가 어렵고,
법을 깨뜨리고 믿지 아니하는 까닭에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니, 나는 마음 편하게 법을 설하지 아니하고 급히 열반에 들겠노라.
지나간 부처님들 마음에 생각하니 방편력을 행하신 바, 나도 이제 도(道)를 얻었는 바 역시 응당 삼승(三乘)을 설하리라.
이리 헤아려 생각하여 마음먹었을 때 시방불이 모두 나오시어 범음(梵音)으로 나를 위로하고 깨우쳐 주시며,
선재로다. 석가모니여. 제일가는 도사(導師)시여. 무상(無上)의 법 얻었으니 일체 부처님들 따라 방편력을 이용하라.
우리 역시 모두 얻은 가장 미묘하고 제일가는 법, 여러 중생 부류 위해 삼승(三乘) 분별하여 설하라.
지혜 작으면 작은 법 좋아하니 스스로 부처됨을 믿지 아니하는 까닭에 방편으로 여러 결과를 분별하여 설하리니,
비록 다시 삼승(三乘)을 설하여도 단지 보살 교화를 위함이니라.
사리불이여, 마땅히 알아두어라. 내가 성스러운 부처님들의 깊고 청정하면서도 미묘한 소리를 듣고 나무제불(南無諸佛)을 불렀느니라.
다시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도다.
나는 오탁세(濁惡世)에 나왔으니, 여러 부처님 설하신 바와 같이 나 역시 그대로 따라 행하리라.
생각하고 헤아림이 여기에 이르러 즉시 바라나(波羅奈)로 향했으며, 제법(諸法)의 적멸한 모습을 말로 펴낼 수 없으나, 방편의 힘을 빌린 까닭에 다섯 비구(比丘)를 위해 설하였도다.
이를 이름하여 전법륜(轉法輪), 즉 법륜을 굴린다 하였으며, 한편으로 열반(涅槃)이라는 말이 나오고 아라한(阿羅漢)이라는 말로써 법(法)과 승(僧)을 나누어 구분하는 이름을 지었나니,
아득하고 오래된 옛 겁으로부터 이 열반법을 찬양하며 보이어 죽고사는 괴로움 영원히 없이한다고, 나는 늘 이와 같이 설했노라.
사리불이여, 마땅히 알아두어라.
내가 불자 무리들을 보니 불도(佛道)를 구하려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무량한 천만억이요,
함께 공경하는 마음으로 모두 부처님의 처소에 나와 일찍이 여러 부처님 방편으로 설하신 들은 적 있으매,
내가 곧 이러한 생각을 하였도다.
여래(如來)께서 세상에 나오신 까닭은 부처님의 지혜를 설하시기 위한 것이므로 지금이 딱 알맞은 그러한 때로다.
사리불이여, 마땅히 알아두어라.
둔한 근기(根機)와 작은 지혜를 가진 사람은 상(相)에 집착하여 교만한 사람이니 이 법을 능히 믿기 어렵도다.
이제 내가 기쁘고 두려울 것 없으니, 여러 보살들에게 방편을 버리고 정직하게 오직 무상(無上)의 도(道)를 설해 주리라.
보살들이 이 법을 듣고 의심의 그물을 모두 제거하여 없이하면 천이백 아라한들 역시 남김없이 마땅히 성불할 것이니,
삼세(三世)의 여러 부처님들에게는 법을 설하는 의식(儀式)대로 나도 이제 역시 이와 같이 분별하지 아니한 법을 설하리라.
여러 부처님께서 다투어 세간에 나오시나 간격이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나기 어려우며, 세상에 알맞게 나오시게 된다 해도 이 법을 설하는 것이 또 어려우며,
무량 무수한 겁이 흘러도 이 법을 듣는 것이 역시 어려우며, 이 법을 능히 들을 수 있다 해도 이러한 사람 역시 또 어렵도다.
비유컨대 우담바라가 일체 대중 모두가 아끼고 즐거워하며 하늘과 사람이 모두 희유하게 여기는 바이나 때가 되어야만 어쩌다가 한번 나오는 것과 같이,
법을 듣고 기뻐서 찬양을 올리거나 심지어 한마디 말이라도 올리면 곧 일체 삼세 제불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 것과 마찬가지이니 이런 사람은 극히 희유하여 우담바라에 비할 바 아니도다.
너희들은 의심을 가지지 말라. 내가 여러 법의 왕(王)이 되어 널리 여러 대중에게 이르노니,
일승(一乘)의 도(道)는 단지 여러 보살들을 교화할 뿐이며 성문(聲聞)제자들은 해당이 없노라.
너희들 사리불과 성문(聲聞) 및 보살들은 여러 부처님의 비밀스러운 요체인 이 미묘한 법을 마땅히 알아두어라.
오탁(五濁) 악세(惡世)에 오직 여러 욕망과 즐거움에 매여있는 이와 같은 무리의 중생들은 끝내 부처님의 길을 구하지 아니하는도다.
이번에 올 세상에서 악인(惡人)들이 부처님께서 일승(一乘)을 설하심을 듣고도 미혹에 빠져 믿어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법을 깨뜨리며 악도(惡道)에 빠질 것이나,
부끄러움에 뉘우침이 있어 청정하게 되어 부처님의 도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마땅히 이러한 사람들을 위하여 널리 일승(一乘)의 도(道)를 찬양하는도다.
청옥산인(淸玉散人) 졸역(拙譯)
천학과 비재로서 어찌 높은 말씀 받으랴. 여러 선학들이 남긴 말씀 도움을 얻었으니,
소중한 해의 펴신 무비 강백 강설과 오종법사회 지광법사 해설, 묘가산님의 블로그에서 얻은 윤거사 주해로 난해하고 부족한 부분 보충하였으니, 어찌 이 졸해를 자랑스럽다 할 것인가.
다만 노력과 마음이 성실하였으니 마음의 공부에 만족할 뿐이다.